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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인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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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사모님 인사드립니다.
(그리고 이 자리를 빌어 보린교회 옛 교우님들께도 인사드립니다.)
옥이형에게 선생님 홈페이지가 있다는 연락을 받고 인사를 드리려고 몇 번 글을 쓰다가 매번 부끄러움이 앞을 가려 마무리를 짓지 못하고 오늘 다시 시작합니다.
한 세상을 다 살고 다시 뵙게 됩니다.
사진과 글로 선생님의 인자한 모습을 뵈니 무슨 큰 산을 보는 듯 합니다.
평생 믿음을 지키고 주위 사람들에 대한 애정을 변치 않으셨던 것 같습니다.
선생님 앞에 서려니 제 많은 잘못과 결함들 때문에 그저 부끄러울 뿐입니다. 그렇지만 인사를 드리려니 제 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을 수도 없습니다.
저는 여기 대구에 온지 이제 20년이 좀 넘었습니다. 마누라는 여기 온지 얼마 안돼 만나 결혼을 하였습니다. 아이는 없습니다. 대구에서 초반 10년 가까이는 주로 공사 현장에서 일(방수, 미장, 기타)을 하였습니다. 고등학교때 만든 문집의 프로필에 옥이형이 저를 ‘공사장 감독처럼 무뚝뚝하고 융통성없는...’이라고 쓴 것이 기억되는데 글 그대로 공사현장에서 10년 정도를 보냈습니다.후반 10년 조금 넘게는 아파트 관리사무소장 일을 하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직접 일을 한 경험이 관리소장일을 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서 도전한 것인데 운좋게 되었습니다. 처음 103세대의 작은 아파트에서 일을 할 때는 혼자서 경리, 기사, 영선일까지 하다보니 과거의 경력이 큰 힘이 되어 입주민에게도 칭찬받고 정말 보람이 있었는데 점차 큰 단지로 옮겨 가면서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있습니다. 이것은 일종의 서비스업이므로 저는 저 자신과 우리 직원들에게 요구하는 것이 - 일을 잘 하는 것 당연히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선량한 심성과 서비스를 하고자 하는 품성이 더욱 중요한 것이라고 얘기합니다. (그런데 이거 저부터 잘 안됩니다.)
마누라는 알뜰한 성품입니다. 알뜰함을 넘어 억척입니다. 경상도는 말씨부터 서울 쪽보다 좀 억센데 마누라는 그 중에서도 거센 편입니다. 처음 얼마동안은 참 심하게 싸웠습니다. 나 역시 일찍부터 공사현장의 책임자가 되어 엄마, 아버지 말 안 듣다가 공사판까지 온 사람들을 데리고 일을 하자니 성질이 사납고 거칠어지게 되었는데 마누라가 사사건건 성질을 건드려서 사람을 팰 수는 없고... 장롱, 냉장고 이런 것 빼고 던질 수 있는 것은 모조리 던지고, 부수고 했었습니다.
‘96년, 아이가 안 생겨서 아이를 만들려고 병원에 다니던 중에 마누라가 교통사고로 양 쪽 다리 인대가 끊어지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마누라는 이것이 내가 한 말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한참 싸울 때 ‘다리 몽둥이를 분질러서라도 고분고분하게 만들어서 데리고 살겠다.’는 말을 하곤 했는데 그 말이 씨가 되어 다리를 다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할 말이 없습니다. 말이 씨가 되어선지 마누라는 다리를 많이 다치게 되었는데 고분고분해진 것은 마누라가 아니라 내 쪽이 그리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이는 ‘내 복이 아닌가보다.’하고 마음을 접었습니다.
이제는 잘 안 싸웁니다. 싸워봐야 내가 매번 지고.... 그저 서로를 불쌍하게 생각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작년 1월 대구 외곽의 하빈면으로 이사했습니다. 근무지까지는 차로 25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재작년 마누라가 일하러 다니지도 못할 정도로 다리가 많이 아파지면서 집에만 몇 달 있다보니 우울증도 생기고 건강이 아주 나빠졌었습니다. 평상시 늘 텃밭을 가꾸면서 살고 싶다 하였기에 이 곳 하빈의 땅을 사서 집을 짓고 마누라 소원이던 텃밭을 가꾸고 개도 기르고 닭도 기르고 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마누라는 몸이 많이 회복되어 다시 일하러 다니고, 잔소리도 예전의 강도를 되찾았습니다. 아파트와 달리 촌은 이웃간에 왔다갔다 하며 정을 나눌 수 있다는게 참 좋습니다. 사람사는 것 같습니다.
작년 한 해와 올해도 집을 가꾸고, 텃밭을 일궈서 채소를 가꾸고, 꽃도 심고, 닭집도 짓고, 내가 좋아하는 개(깜순이, 꼬마)들은 가족같이 정을 붙이면서 살고 있습니다.
교회는 - 잘 안나갑니다. 아니 안 나갑니다. 마누라가 6년전 뇌수술을 한 적이 있는데 그 때 오랜만에 ‘기도’라는 것을 했었습니다. ‘살려주시면 기독교에 대해서 다시 신중히 생각해보겠습니다.’라는 것이 제 기도의 약속이었습니다. 뇌동맥에 꽈리같은 것이 생겼는데 그것을 꼭 눌러 터지지 않게 하는 수술이었습니다. 발견이 늦어 위험한 상황이었습니다. 수술을 하는 6시간동안 할 수 있는 것이 기도밖에는 없었습니다. 수술을 담당한 의사가 나와서 수술은 아주 잘 되었다고 얘기했습니다. 나도 모르게 ‘선생님, 고맙습니다. 하나님 고맙습니다.’하는 말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 교회에 안 나갑니다. 기도할 때의 약속대로 기독교에 대해서 다시 신중히 생각하지도 않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약속을 안 지키고 있는 중입니다. 선생님께 글을 쓰려니 이것이 다시 생각나게 됩니다.
사람을 상대로 한 것도 아니고 하나님을 상대로 한 약속이니 - 최소한 성경을 읽든가, 교회를 나가야 하는 것인 아닌가... 새삼 뉘우치고 있습니다.
이상, 두서없는 인사 여기서 맺습니다.
이번 추석에는 연휴기간도 너무 짧고 하여 서울에 가지 않을 예정입니다. 편지로 인사를 대신합니다.
2010년 9월 13일 박요한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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