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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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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께,
어제는 교회에 다녀왔습니다.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냈던 교회인데 오랜만에 가니 많이 낯설고 불편하데요. 그렇지만 그 불편함이 교회에 가지 않는 것보다는 덜 불편한 것이었기에 갔고, 앉아 있었습니다.
이 며칠 마음이 많이 불편했습니다.
선생님께 인사를 드리려고 지난 시간들을 요약해 정리하다보니 마누라가 수술하던 날 했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는 것을 새삼 깨우치게 되고 마음이 영 개운치 않았습니다.
그 날, 마누라가 수술실로 들어가고 나서 혼자 의자에 앉아서 했던 행위가 그저 혼자만의 약속이었는지 정말 기독교의 하나님께 도달된 기도였는지는 저로서 알 수 없습니다. 그런데 아무튼 이 일이 새삼스럽게 생각나고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는 것이 영 부담스운 것입니다.
사실 그 날 기도에 임하기 전, 잠시 생각을 했었습니다. ‘내가 어디까지 약속을 할 수 있고 지킬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 때도 교회는 나가기 싫었기에 ‘마누라를 살려 주시면 기독교에 대해서 진지하게 (신중하게) 생각해 보겠습니다.’라고 약속하였던 것입니다.
단, 그 기도는 분명히 진심을 다 한 것으로 기억합니다. 감히 하나님 앞에서 허튼 수작을 하고자 하지는 않았습니다. 온 힘을 다해서 사생결단을 하는 심정으로 덤벼 들었고 ‘무조건 살려내라.’고 떼를 썼습니다.
마누라는 무사했습니다. 수술을 담당한 의사 선생님의 얘기는 ‘아무 작은 문제도 없이 아주 잘 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 처음부터 약속을 완전히 지키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교회를 찾았고, 성경책을 다시 꺼내어 보기를 시작했었습니다. 그런데 다시 보는 성경책은 전혀 재미없었고, 한숨만 푹푹 나왔습니다. 곧 덮어버리고... 잊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몇 년 이 일로 마음에 부담을 느끼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세월을 한 바퀴 돌아 제 어린 시절을 아는 선생님 앞에 다시 서려니 살아온 세월의 부끄러움 때문에 자꾸 도망가고 싶어지고... 차라리 모두 낱낱이 고하는 심정으로 적다 보니 그 날의 일이 다시 생각나고, 마음을 괴롭히기 시작하는 겁니다. 선생님을 다시 뵙게 된 것이 또 다른 경고처럼 두려운 생각조차 들었습니다. 근무중에도 기독교, 하나님, 예수 - 이런 단어들이 머리 속을 맴돌아 한 동안 멍- 해 있거나, 운전을 하면서도 뻔히 눈을 뜨고 깜빡 신호를 놓치기도 했습니다.
이러느니 차라리 교회에 나가는 것이 낫겠습디다.
그런데 앞에도 적은 것처럼 교회에 가서 앉아 있어도 불편했습니다. 기독교인이 아닌 자가 기독교의 예배에 참석해 앉아 있으니 당연히 불편한 것입니다.
이제 다시 약속을 이행하는 일이 남았습니다. 이번에도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조만간 박살날 것 같다. 는 두려움이 있습니다.
기독교를 다시 ‘진지하게 생각’하겠다 했으니 ‘진지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생각’해야 ‘진지하게 생각’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약속을 받는 분의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 ‘생각’해야 인정하실런지...
결국은 ‘생각’의 문제가 아니라 그 앞에 무릎 꿇고 받아 들이는 ‘결단과 믿음’의 문제인 것인가....
그러나 나는 분명히 ‘진지하게 생각’하겠다고 약속했으니 그렇게 이행하고 싶습니다.
여기까지기 저의 현황입니다.
선생님으로 인해 다시 예수를 영접하였다는 소식을 전하지 못함은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전처럼 여기서 그냥 놔버리지는 않겠습니다. 얼만큼 생각해야 할런지 모르겠지만 ‘진지하게 생각’하겠습니다.
선생님, 보린교회 옛 교우님들,
즐거운 명절 보내시기 바랍니다.
(우리 집 사진, 몇 장 더 올립니다.)
2010년 9월 20일
말 안 듣는 요한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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