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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선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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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서툴기만 한 모습이지만 달리다 보니 오늘로 꽉 찬 1년이 되었습니다.
작년 1월 21일 노곤한 심신을 주체할 수가 없어 가던 길 멈추고 무작정 모퉁이를 돌아 턴을 했던 이 길이 정녕 이 사람에겐 새로운 인생의 레이스가 되어버렸지요.
1년의 세월......
무심결에 덤빈 철없던 마라톤 대회 참가기들을 보관했던 파일에서 꺼내어 읽어보면서 참 많이도 무모한 도전을 하였구나 싶기도 하지만 그 경험들이 내게 남겨준 소중한 깨달음 들은 지금도 이 사람에게 좋은 지침이 되고 있습니다.
지난 3월 끊었던 담배....
담배끊는 사람과는 상종을 말라고 누누이 얘기했던 이 사람이었지요.
그만큼 어려운 금연이란 것이 운동이란 매개체를 통해서는 생각보다 쉽게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고는 의지가 약한 사람에게 운동을 통한 동기부여의 지혜로운 방법도 터득하게 되었지요.
오늘은 혈액검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아침을 먹었다지만 혈당이 정상보다 높았고 더 기가 막히는 것은 중성지방의 수치가 정상보다 3배나 높게 나왔다는 것입니다.
상담을 해 주시는 선생님 "왈" '운동을 더 많이 해야 됩니다' 하시더군요.
할말이 없었습니다. 그 빗속을...... 그 눈속을........ 어이가 없어하며, 극도로 차분한 어조로(흥분하면 차분해짐) '제가 술을 좀 즐겨하지요' 라며 술과의 상관관계에 대해 성의 있는 답변을 강렬한 눈빛으로 강요를 했습니다.
'아니! 술을 드신다구요?' 다소 의외라는 반응과 함께 '술을 끊으셔야 됩니다' 하시는 겁니다.
술! 술을 끊어야 된다고 합니다.
그래야 그 높은 중성지방 수치가 떨어진다고 합니다.
술! 술을 끊어야 된다고 합니다.
운동을 시작하고 딱 1년이 되는 오늘 이 사람은 사형선고를 받았습니다.
1년을 기념해서 패밀리들하고 뭉쳐서 우리의 사랑을 위하고! 우리의 우정을 위하고! 아름다웠던 지난 1년을 위!!!! 하여!!!! 라고 힘차게 외치고 싶었습니다.
그랬드랬는데...... 물 건너갔습니다.
술잔에 남은 반잔의 술을 보며 이 사람은 항상 반이나 남았구나 하기보단, 반밖에 남지 않은 술을 보며 안타까워하는 날 보고 술을 끊어야 된다고 합니다.
가끔 비가 오는 날이면 맬랑꼬리한 기분을 풀어보려고 선술집에 들러 목에 핏대세우고 개똥철학 어설프게 얘기하며, 저 혼자 잘난 척 하는 꼴사나운 주접도 떨지 말라는 겁니다.
흐릿한 조명 발 받으며 철지난 유행가 깔린 카페에서 중년의 고독을 달래며,
이미 저 세상으로 떠나버린 친구를 위해 테이블 위에 마련해 놓은 친구의 잔에 건배도 하지 말라는 겁니다.
어제는 족저근막염이 의심되는 뒤꿈치의 통증으로 인해 중도에 연습주를 포기해야 했습니다. 일년동안 크고 작은 관절과 근육들의 부상에 시달렸지만 다 적응을 위한 통과의례로 생각하고 잘 버텨왔는데, 이번 부상은 좀 상태가 버거운 것 같습니다.
해낼 수 있을까? 반신반의하며 시작했던 달음박질.....
일년을 회고하는 이 시간, 풋~ 하고 웃음만 나옵니다.
"상처뿐인 영광"이랄 까요.....
부상이야 잘 조절해서 아내와 약속한 3월 '서울마라톤 부부 풀 코스' 에 도전하겠지만 술을 끊어야 된다는 이 경천동지 할 현실은 정말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요.....
그래야 된다면 그래야 지요.....
당분간 약 기운 떨어진 중독자처럼 풀어진 동공에는 애잔한 서글픔이 묻어나겠지요.
시간이 흐르면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잘 적응이 되겠지요.
하지만 대회에 참가하고 나서 마시는 청량한 맥주 한잔만큼은 절대로 양보하지 않겠습니다.
비가 오면.....
비 오는 날, 아마도 술집보단 어느 이름 모를 노래방에서 김현식의 '비처럼 음악처럼'같은 노래를 핏발선 눈빛으로 목놓아 부르고 있겠지요.
'아!~ 당신이 떠나시는 그 밤에 이렇게 비가 왔어요'
'우리의 사랑에 이야기들은.... 흐르는 비처럼 너무 아프기 때문이죠' 라며 술과의 이별을 슬퍼하겠지요.......
그러나 슬퍼만 하기에는 가야할 길이 너무 먼 것 같습니다.
술이 떠난 이 빈자리를 한결같은 관심과 애정으로 채워주실 매형이 계시기에 성숙한 미래를 예감해 봅니다.
허락하신다면 부족하지만 적절한 때에 제가 경험했던 마라톤 입문과정과 10킬로, 하프코스, 그리고 풀 코스 대회 참가기를 올려보겠습니다.
김현식-비처럼 음악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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