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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입문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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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인천마라톤대회(10킬로)를 시작으로 마라톤에 입문을 하였답니다.
대전에서 하프코스와 그리고 가을 춘천에서 그토록 소망하던 풀코스 완주를 해냈습니다.
그 경험들과 느낌들을 부족하지만 나름대로 정리를 해놓았습니다.
때론 진부하고 때론 지루하실 것 같습니다.
부족함을 사랑으로 채워주시고 경솔함을 일깨워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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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머리맡에 놓인 빨간색 자명종을 드는 내 손에는 미세한 경련이 일었다. 그것은 내일 새로운 경험에 대한 설렘과 긴장에서 비롯된 반응인 것이다. 그 미세한 변화가 주는 약간의 흥분은 내일 겪게 될 절정의 환희를 이미 예고하는 듯 하다.
6시에 벨을 울리게 하였다.
평소 같으면 저녁밥상을 물리고 TV앞에 앉아 하루를 마감하며 아내와 아들 녀석과 후식삼아 노닥거릴 시간이었다. 특별한 일이 없는 평일 저녁 10시쯤이면 한잔 캔 맥주와 함께 그렇게 하루를 마감하였던 터였다.
그 시간……. 나는 평일의 그 일상을 뒤로한 체 짐짓 태연한척, 아내와 아들 녀석을 못 본체 하며 슬며시 안방에 들어가 일찍 잠자리에 들기로 하고 자명종을 맞추며 가벼운 흥분을 즐기고 있었던 것이다.
제2회 인천마라톤 대회가 나에게 주는 의미는 그만큼 각별한 사건이었던 것이다.
올 1월 21일은 마흔 넷, 인천의 한 범부가 평소에 벼르고 벼르던 조깅이란 몸부림이 시작된 날이다. 그날부터 근 3개월 만에 처음으로 마라톤 대회를 나가는 것이다.
1월 21일 그 추운 새벽, 살을 에이는 듯한 추위를 견디기 위해 빵모자와 목도리로 눈만 빠끔히 보이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이었지만 나름대로 비장한 각오로 시작한 뜀뛰기였다.
인천 대공원 호수를 반 바퀴도 못 돌고 헐떡이는 숨을 가누지 못했던 지난 1월 달의 모습이 내일 대회 참가를 위해 일찍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고 있는 내 머릿속에서 오버랩 되고 있는 것이었다.
어떤 추위에서도 10여분만 뛰기 시작하면 근육에서 열이 나고 빵모자 속 머리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것을 즐기기까지는, 6시 정각 벨소리에 잠을 깨면 무조건 눈을 뜨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타협을 거부하는 단호한 정신력의 싸움이 아니었으면 생각지도 못했을 일이었지 싶다.
"에이, 오늘 하루만 쉬지……. 내일부터 또 열심히 하면 되지……." 하고 달콤하게 유혹하는 아침의 그 힘겨움은 운동을 마치고 샤워를 하고난 뒤 오는 그 솜털 같이 가볍고 상큼한 상쾌함을 즐길 때는 고진감래의 오묘한 의미를 체득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또한 밉지 않은 오만한 미소를 짓는 시간이기도 하다.
10분에서 20분으로 또 30분으로, 뛰는 시간이 늘어감에 따라 겪게 되는 고통의 순간들, 찬 새벽공기의 그 알싸한 통증을 동반한 뭐라 형언키 어려운 쾌감을 즐기기 위해서 극복해야 되는 또 다른 복병, 10분이되었건 30분이 되었건 언제나 막바지 뜀뛰기때 오는 체력의 한계상황들……. 좀 적응이 되면 나아지겠지 했었는데 하면 할수록 항상 그 상황에서는 견디기 어려운 고통의 순간들은 언제나 존재한다는 것을 아는데 까지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 고통의 순간들이 나에게 너무나 많은 것을 가르쳐주고 세상을 보는 안목을 넓혀주었다. 숨이 턱에 차오르고 다리는 천근만근 무거워 지고 바로 주저앉고 싶을 때……. 자연의 위대함과 내가 얼마나 보잘것없는 사람인가에 대한 겸허한 반성의 시간을 갖게 되었던 것이다. 그 막바지 고통의 뜀박질 속에 그리도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갈 수 있다는 것이 불가사의 할 정도로 많은 지난날들의 경솔함과 가식으로 얼룩졌던 기억들이 스쳐 지나간다.
천금을 주고도 얻지 못할 인생의 교훈을 그렇게 배우고 있었다. 그렇게 2월을 보내고 불과 한달 남짓 되었지만 한결 성숙한 모습으로 그렇게 3월을 맞이하고 있었다.
코끝을 스치는 알싸한 공기가 차츰 봄의 향기로 바뀌는 3월, 어느덧 빵모자와 목도리를 벗어던지고 두 겹자리 트레이닝복을 한 겹자리 바꿔 입을 즈음 인천 대공원에 나오시는 분들의 숫자도 점점 늘고 있었다. 새벽 여명의 그 순간 2월에는 보이지 않던 주위 사물들이 3월에 들어서자 또렷하게 눈에 들어오는 계절이 되었다. 그만큼 동이 일찍 트고 있는 계절의 변화였지 싶다.
일요일이면 어김없이 동호인들이 모여 그룹으로 러닝을 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무작정 인천 마라톤 대회를 신청해 놓은 그 즈음 뛴다는 것이 그렇게 호락호락한 것이 아니란 것을 느끼던 참에 마라톤클럽 동호회 회원들의 생고무 같은 탄력적인 러닝을 보며 부러움 섞인 눈길을 보내며 나도 뭔가 체계적이고 경험을 통한 조언이 필요함을 절실히 느끼던 시기였지 싶다.
40분 정도 뛰기 시작하면서 신문을 통해 우연하게 인천마라톤대회를 알게 되었고 10키로 코스정도면 해낼 수 있겠다는 막연한 추측을 하고는 난생처음 대회에 참가를 결정하게 된 것 이였다.
엎치락뒤치락 상념 속에 뒤척이다 그렇게 잠이 들었었나보다.
5시40분, 평소보다 20분 일찍 눈을 뜬 나는 평소 운동을 마치고 큰 볼일을 보던 것을 순서를 바꾸기로 이미 마음을 먹었던 터, 바로 변기에 걸터앉아 오늘 도전에 전의를 불사르기라도 하듯 얼굴에 핏줄이 서도록 힘을 주고 있었다.^^*
첫 출전은 아마도 여러 가지로 그렇게 부담이 되었나보다 혹시 주로에서 배가 아플까봐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한 철저한 준비가 아닌가…….^^*
아내는 이미 내가 잠든 사이 김밥과 초밥을 준비해 놓고 몇 가지 반찬과 음료수를 아이스박스에 담아 남편의 거창한 출정에 한 몫을 담당하고 있었다.
아들 녀석은 평소 같으면 평균 서너 번 깨워야 일어나는 잠꾸러기인데 오늘은 "기상"이란 소리가 나오기 무섭게 자동으로 일어난다. 5키로 건강마라톤에 신청을 해놓은 아들 녀석도 무던히 이 대회를 기다려온 눈치이다.
이 날을 위해 준비 해 놓은 체크리스트를 보고 마지막 점검을 하였다.
출전 때 입게 될 운동복, 주최 측에서 보낸 칩과 번호표, 갈아입을 옷, 만약에 대비한 비상약, 첫 출전을 기념하고 그 역사적인 멋진 포즈를 담아낼 카메라, 등등…….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고 오늘 이 사람의 첫 참가를 축하해 주기 위해 하프코스를 10킬로로 변경하신 선배님을 모시고 가기위해 만수동에서 부평으로 산뜻한 출발을 하였다.
평소 홀로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시는 선배님은 아내와 아들 녀석을 동반한 이 후배의 요란한 출정에 다소 의기소침해 하는 눈치이시다.
형수님이 노모를 모시고 계시고 또한 독실한 크리스천이시기 때문에 그러시는 저간의 사정을 아는 나로서는 약간의 죄송스러움에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부평에서 8시에 출발, 9시까지 모여야 한다는 주최 측의 안내를 이미 알고 있는 나는 예기치 못한 변수를 감안하더라도 삼사십 분이면 충분히 도착을 할 수 있는 거리였기 때문에 여유 있게 대회장으로 향하는 길을 즐기기로 하였다.
외곽순환도로를 타고 가다 인천공항 전용도로에 합류해 달리면서 차의 창문을 모두 열어놓고 규정 속도를 준수하며, 그야말로 아름다운 주위 경관에 환호를 하며 이토록 청명한 날씨에 대회를 치르게 되어 너무나 다행이다 싶은 안도를 하였다.
8시 40분 드디어 대회장 입구에 도착을 하였다. 대회진행을 위해 이미 곳곳에는 진행요원들의 분주한 몸놀림들이 보는 이들의 기분을 들뜨게 하고 있다.
해병대 아저씨들의 멋진 유도를 받으며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축제분위기의 이 신명나는 인천마라톤대회에 기꺼이 녹아들기로 다짐을 해 본다.
인천공항 옆에 자리한 탁 트인 넓은 공간에 준비된 엄청난 규모의 대회진행 시설물들…….
노란 잠바차림의 진행요원들과 의료진 그리고 맛사지팀, 한 대회를 치루기 위해서는 그렇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봉사하시는 분들의 노고가 있어 가능하리란 생각에 미치자 문득 오늘 풀코스 주로에서 봉사하시는 클럽 선배님들께 죄송하기 짝이 없다.
시간이 다가올수록 걱정거리가 잊으려 해도 자꾸 부담으로 작용을 하고 있다.
사실 대회를 1주일 앞둔 월요일(22일) 사랑니에 통증이 심해서 발치를 하기위해 치과에 갔는데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마취가 되질 않아 실패를 하고 그 공포의 시간을 수요일로 미루고 수요일 이를 뽑은 것이다. 월요일 실패한 그 공포의 시간과 비명들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나로서는 수요일 치과의 문을 들어설 때 그 엄청난 두려움을 아마 겪어보지 않은 분들은 상상도 못할 것이다.
그랬었다.
그리고 그렇게 열심히 약을 먹어본 기억이 이전에는 없다고 장담을 할 정도로 의사선생님의 처방대로 약을 꼬박꼬박 챙겨먹었다.
"어떻게 준비한 대회참가인데 이렇게 물러설 순 없지" 하는 점도 많이 작용했으리라 짐작된다.
그리고 금요일 인천마라톤클럽 신입회원 인사모임이 있었다. 그냥 정기모임도 아니고 신입회원 인사모임이란다.
비록 가방 끈도 짧고 가정교육도 별로인 사람이지만 사는데 있어 도리를 지키는 것이 인생을 향기롭게 사는 것 아닌가 하고 주장하는 나로서는 도저히 대회참가를 핑계로 그 모임을 빠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랬다……. 그래서 선배님들의 권위에 넘치는 권주를 뿌리치지 못하고 좀 마셨던 것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운동을 위해 가급적 삼가고 조절을 해온 술이지만 술 하면 한가닥 했던 나로서는 은근히 그 순간을 기다려왔지 싶다.
결국 3차까지……. 그리고 다음날 새벽2시에 귀가를 하였다. 수요일 오전 이를 뽑고 나서 금요일 모임 저녁까지 나는 목숨 걸고 그 술 한 잔 하는 순간을 위해 그렇게 열심히 약을 먹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는 출전 시간이 다가올수록 은근히 걱정이 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주사위는 던져지고 본부석 연단에서는 유명 강사의 스트레칭 시범이 시작되고 서서히 분위기는 최고조에 달하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 선수들도 많이 오고 특히 가족단위의 모습도 보기에 너무 아름답고 단란해 보인다.
인상적인 것은 외국 선수들을 위해 통역하시는 분들까지 준비해 주신 세심한 배려가 돋보였다. 중국인들을 위한 통역을 할 때 사회자의 저급한 반복되는 부적절한 단어사용이 옥에 티였다면 티였다.
이윽고 기다리던 출발시간이 되었다. 하프코스를 필두로 풀코스, 10킬로 그리고 5킬로 순서에 의해 그 엄청난 사람들이 진행요원들의 능숙한 유도에 따라 스타트 라인을 통과하고 있다.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그 행렬을 따라가다 보니 나도 어느덧 스타트라인에서 새로운 첫발을 내딛는 순간을 맞이하고 있었다.
수를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스타트라인 앞에선 그 순간 나는 철저하게 혼자가 되는 시간이었다.
2002년 4월28일 제2회 인천마라톤은 나에게 인생의 새로운 첫 발 구름을 그렇게 벅찬 감동과 더불어 안겨주었다.
우리는 여행을 떠날 때 나 소풍을 갈 때 사실은 목적지에 도착해서의 시간보다는 목적지에 도착하기까지의 그 기다리는 시간이 더 설레이고 더욱더 감동적이란 사실을 간과하는 것 같다. 어쩌면 1월21일 시작한 새로운 운동이 가슴에 번호표를 달고 공식 마라톤대회에 참가하기위해 한 것은 아니었지만 어느 순간 대회에 참가신청을 하게 되었고 그리고 인천마라톤 클럽을 통해서 소중한 새로운 만남을 통해 건전하고 인간미 넘치는 지인들도 사귀게 되는 분에 넘치는 행운도 얻게 되었다.
그리고 그 스타트 라인에 서는 그 시간까지 나는 그렇게나 많은 설레임과 흥분 속에서 소풍을 앞둔 소년처럼 꿈과 도전을 키웠고 체력한계의 고통 속에서 삶의 지혜를 배웠다.
혼자의 상념을 그렇게 접어두고 비록 10킬로의 짧은 거리였지만, 그리고 50분에 완주를 목표로 하였던 것이 1시간을 약간 넘어선 흡족하지 못한 완주였지만 하지만 그것이 무슨 대수가 되겠는가……. 대회를 앞둔 지난 일주일간의 운명을 시샘하는 상서롭지 못한 방해공작과 술이란 친구의 유혹에 잠시 절제되지 못했음에도 포기하지 않았음을 나는 기억할 것이다. 때로 하프코스나 풀코스에 도전을 하며 난관에 부딪힐 때 나는 이 소중한 기억을 끄집어낼 것이다. 가끔은 힘이 들고 타성에 젖은 일상이 무료 할 때도 또한 이 소중한 기억을 다시 꺼내어 분위기를 반전시킬 것이다.
그것은 성공한 자의 기억과 추억은 새로운 힘의 원천이 되기 때문이지 싶다.
풀코스 주로에 봉사를 나가신 회원님들을 기다리며 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이 대회를 위해 수고하신 봉사자들을 위해 막걸리파티를 주최 측에서 준비를 했다고 안내방송이 나온다. 민관군이 합동으로 이번대회를 위해 너무도 애를 쓰신 것을 주최 측에서 잊지 않고 배려를 했다는 것이 참 신선한 충격이다.
모든 것은 끝이 좋아야 된다고 하는 것이 내 지론이다.
그런데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를 쓰신 분들을 위해 성의 있는 그 작은 배려가 참 인상적이다.
나중에 풀코스에서 돌아오신 수고하신 회원님들에게 그 막걸리 한 사발은 자칫 파티가 끝난 뒤에 오는 허탈감을 메워주기에 충분했으리라 생각해 본다.
항상 런너의 입장에서 대회에 참가하여 오다 봉사자의 입장에서 대회를 진행 해 보니 얼마나 한 대회를 치루는 것이 어려운 것인가 이제야 알겠다고 돌아오신 회원님들께서 이구동성으로 말씀을 하신다.
아마도 역지사지 통해서 우리는 진정한 달리기 마니아가 되어가는 모습이 아닌가 싶다.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이 초보가 겪은 마라톤 대회 참가는 그렇게 막을 내렸다.
내 삶의 터전 인천, 내가 사랑하는 인천에서 주최한 인천마라톤대회에서 나는 그렇게 작은 도전을 시작하였다.
양희은-상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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