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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눌한 고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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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년 8월 어느 날 인적 드문 한 시골의 장터 옆 초라한 초가집에서 한 사내아이가 서른 다섯의 중년 여성의 뱃속에서 여섯 번째 자식으로 별로 환영도 받지 못하고 그렇게 대충 태어났더랬습니다. 전혀 계획에 없었고 바라던 자식도 아니었을 것이란 생각은 지금도 크게 변함이 없습니다.
자연의 법칙에 의해 때가 되면 사과나무에 사과 열리듯......
가족계획이 전무하다 시피 하던 당시에는 어무이 아부지는 엉아들 누나들 잠든 사이 아그들 깰 새라, 조심조심 운우의 지정을 나누신 것이 죄라면 죄이겠지요.
자식새끼들 먹여 살려야 되는 가난한 어무이는 화장품 팔러 시골에 돌아다니시고 누나들 등에 업혀 칭얼대며, 엄마 품 그리워하던 짱구 머리 코흘리개 말썽꾸러기 꼬맹이가 이제 사십대 중년이 되어 지난날을 회고해 봅니다.
중국을 오가시며 제법 규모 있게 장사를 하셨다는 아부지는 노름과 여자들 치맛자락 부여잡다, 알아주던 갑부에서 이름 없는 가난뱅이로 전락했고, 그 후 박복한 이 사람이 태어났다고 가끔, 아부지를 알고 계시는 피플들은 옛날 얘기처럼 말씀들을 하시곤 합니다.
이 사람 기억에는 무능한 가장의 해소기침이 유난히도 심하셨던 잔상만 남아 있을 뿐 단 한번의 따뜻한 대화나 정이 담긴 스킨쉽의 기억이 전무합니다.
그래서 그러는지 남들 앞에선 강한척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사람이 그립고 정에 약하고 .... 그런가 봅니다.
형이나 누나들의 전언에 의하면 아부지는 그렇게도 완고하셨고 무서웠다고 하더이다.
가세가 기운 후 시골장터를 전전하시던 아부지, 예전에 3일장이니 5일장이니 하던 시골 장터를 전전하시던 아부지는 한두 달에 한번정도 집에 오셔서 낯선 해소기침 처마 밑에 뎅그러니 메달아 두고 또 정처 없이 떠나셨을 아부지.....
철든 형들과 누나들은 도시로 떠나고 5살 아래 동생과 바로 위 누나와 그리고 철없는 사고뭉치 이 사람과 사랑하는 어무이 4식구는 그렇게..... 그렇게 어린 시절을 보냈답니다.
어무이가 시골 동네를 다니시며 팔았던 아모레 화장품, 당시 현금이 귀했을 시골의 형편상 그것들을 때로는 곡식과 물물교환을 하시어 우리 어린 남매들을 먹여 살렸을 거란 생각이 미루어 짐작이 됩니다.
상수도 시설이 없던 국민학교 시절, 물동이를 지게에 메고 물을 나르던 어린 누나들이, 돌이켜 보면 너무도 가슴을 시리게 합니다.
국민학교 시절에는 학교에서 미국사람들이 보내준 구호식품으로 옥수수 빵과 옥수수 죽, 그리고 고체우유가 나와서 김치와 보리밥에 물려있던 입을 즐겁게 해주었던 기억도 납니다.
옥수수 빵이 모자라서 세 사람이 삼등분해서 가위바위보로 큰 것을 차지했던 절대빈곤의 시간들......
그마저도 끊긴 중학 시절은 구호물자에 의존했던 국민학교의 한 조각 옥수수 빵은 호시절이었다 싶을 정도로 이 사람에게는 암울한 시간이었지 싶습니다.
지금은 폐간이 되었지만 당시 신아일보인가 하는 신문을 돌리며 세상사는 법을 체득해 나갔던 중학시절, 친구들의 하얀 쌀밥과 콩자반 계란말이가 그렇게도 부러웠던 시절, 체육시간이면 아프다는 핑계로 당번을 바꾸어서 교실에 남아 도시락 훔쳐먹던 굶주린 시간들....
이미 생존을 위한 몸부림은 그때부터 시작되었었나 봅니다.
그 지겨웠던 보리밥과 김치들... 눈물의 의미를 생각한다는 것 자체도 사치로 여겨졌던 시절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것이 눈물 젖은 보리밥이었지 싶군요.
여하튼 굶주림으로부터 서서히 해방되어가던 우리의 70년대 초반과 중반의 사이에서 사춘기를 맞은 한 볼품 없고 숫기 없던 자그마한 소년은 어느덧 중년이 되어 애잔한 추억의 시간들을 더듬어 봅니다.
집사람이 간혹 지나가는 말투로 어떤 음식을 주어도 반찬투정을 안해서 참 편하다고 합니다. 가끔 어린 시절을 생각해보면 배불리 먹을 수 있음에도 얼마나 감사한 일 인지요.......
자식놈 까다로운 입맛을 보노라면 참 좋은 시절 산다 싶기도 하구요^^
어린 나이에 이미 생존을 위한 타협과 수단에 대해 도덕의 정도를 배우지 못한 이 사람은 수치에 대한 불감증이 얼마나 사람을 황폐화시키는지에 대해 그때는 알지 못했습니다.
살기에 급급했던 가정에서 동기간의 사랑을 느끼지 못했고, 부모의 사랑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던 철부지 시절.......
주위에 사람은 많았으나 사람이 그리웠고 영양가 없는 잡담이라도 그리웠던 그 시절 이미 순수함을 잃은 이 사람에게는 어린 시절 같이 물장구 치던 깨복장이 친구 부모들의 경계 서린 따돌림으로 도시의 버려진 친구들과 어울림이 시작되었나 봅니다.
버려진 친구들........ 그들은 경계를 하여 상처를 주지도 않았고 이미 가슴에 멍든 흔적들이 있었던 친구들이었는지, 동병상련의 아픔을 묻어둔 채 의리라는 허울좋은 미명아래 서로를 보듬었지 싶습니다.
반항을 하면서 한 서린 자신의 애처로움을 달랬고 싸구려 색싯집에서 음주가무로 숨겨둔 외로움을 삭혀야 했나봅니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가진 것 없고 배운 것 없는 그들의 유일한 버팀목은 깡다구 뿐이었지 싶습니다. 굶주린 하이에나에게는, 베풀 수 있는 아량이나 정의 따위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응어리를 풀 수 있는 작은 시빗거리라도 있으면 목숨걸고 싸우고, 싸우다 지쳐 힘이 빠지면 깡다구로 버티고........
한참 세간의 화제가 되고, 사회문제가 되고있는 이른바, 깡패영화나 드라마들을 보면 의로운 깡패들도 있고 멋있는 건달들도 있는 것처럼 각색이 되어지고 심지어 그것을 동경하는 학생들도 생겨나는 풍조가 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만, 그들의 이면에 어우러진 어두운 삶의 질곡에서의 생성된 사생아라는 것을 간과하고 있는 것 같아 가슴이 시리기만 합니다.
곡절 많은 시간들이 흘러간 어느 즈음 이것이 아닌데 싶어 돌아본 순간은 이미 인간의 본성이 상실된 마치 인조인간 같은 가슴이 없는 그런 사람이 되어 버렸드랬습니다.
외제 차를 몰며 한껏 목에 힘을 주고 안하무인이 된 향락에 찌든 폼생폼사의 겁없는 질주의 시간들도 부도의 쓰라린 복병 앞에 결국은 무릎을 꿇고 그 후 쇠락의 시간을 한참 허비한 후에야 돌아본 자신의 모습이었습니다.
외국을 오가며 어떻게 한건 해서 만회를 해보려 노력도 해 보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기본과 바탕이 없는 이 사람에게 돌아오는 건 실패 뿐이었답니다.
배운 것이 도둑질이라 했던가요....
속칭 하우스라 불리우는 도박판에서 제법 알아주는 탓자들과 지지 않을 정도로 용돈이나 벌면서 무슨 일 생기면 그것이나 해결해 주면서 술과 노름에 미친 암울한 시간들.....
그 더러운 돈을 집안 살림에 보태 쓰라고 주기에는 한 가닥 양심이 허락하질 않아 집안 살림마저 등돌린 무능한 가장이 되었지요....
이것이 아닌데 하고 돌아본 그 즈음의 모습이랍니다.
단 하루를 살아도 인간답게 살고싶단 생각에 많은 갈등을 하면서 작은 것에 감사하고 땀흘려 일하는 내 주위의 평범한 이웃들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하면서 그들의 삶이 결코 바보스럽지 않고 그것이 얼마나 아름답고 숭고한 것인가에 대해 뒤늦은 깨달음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세상에 성질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다 그것을 다스리고 참고 인내하며 사는 것이겠지요... 그것을 몰랐었단 얘기지요......
"그래 무슨 일이 있어도 참고 내 스스로 땀흘려서 일해서 정말 인간답게 살아보자"
그 후 8년의 세월이 흘러 어느덧 지금도 실감이 안 나는 사십대 중년이 되어버렸습니다.
정말 앞만 보고 살았습니다. 한 돈많은 회사의 사장님 보디가드겸 운전사로 그렇게 시작한 처음이자 마지막인 이 직장생활이 참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지금은 회사를 책임지고 운영하는 자리까지 올라선 것 같습니다. 이 사람이 며칠 못 가서 직장생활 때려치울 것이란 주위 사람들의 예상을 보아란 듯이 뒤집고 그들 말로 이 사실이 기적이라고 할 정도로 힘들게 갱생의 길을 걸어온 것 같습니다.
이 사람 인생의 여정에서 이제 겨우 사람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는 지금 과거를 망각하고 건방지고 교만한 모습으로 변하려 하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이 사실을 고백하고 부디 "개버릇 남주나" 하고 근본을 의심받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철저한 자기성찰과 아울러 암시를 해서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이제는 힘들고 사랑에 굶주린 내 소중한 이웃을 위해 작은 쓰임이 있도록 좀더 가다듬고 좀더 겸손한 사람이 되도록 경계를 해야 될 것 같아, 고민 끝에 부끄러운 과거를 고백하게 되었습니다.
아직도 모나고 거친 잡석과도 같아서 잘못 움직이면 주위에 상처만 주곤 합니다.
메끈한 강가의 돌멩이들 처럼 어울려도 상처가 없는 그런 사람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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