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아주대학병원(병상일기 1) |
|
|
|
|
|
|
병상일기1
예고 없는 사고
사고에는 예고가 없었다.
밤 한시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두 깊은 잠을 자고 있는 시간이다.
잠자리에 누우려다 일어났다.
지난밤에 고향 선배님과 바둑 몇 판 두고 와서 누운 자리가 왠지 몸이 무겁다는 생각에
매일 하던 습관처럼 간단한 발 운동이라도 해서 몸을 좀 풀고 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아들 며느리 손주들이 자던 잠이라도 깨어서는 안 되겠기에 불도 켜지 않았다.
제법 힘을 주어 발을 들어 올리던 순간
세워진 왼쪽 다리가 거실 바닥에 깔린 얇은 깔게를 휘감으면서 그대로 돌아 떨어졌다.
“쿵~!”
“아이쿠~”
외마디 소리만 질렀을 뿐 몸의 온 정신이 몽롱해졌다.
갑작스런 소리에 신(아내)이 쫓아 나와 봤지만 몸을 일으킬 수 없었다.
“가만~..”
몸에 손을 대지 못하게 하고 엎드린 채 손바닥으로 기어서 겨우 내가 자려던 방에 들어갔지만
역시 몸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는 없었다.
등을 책장에 기댄 자세로 다리를 뻗어 겨우 아픔을 참을 수 있는 몸자세를 찾게 됐다.
그런대로 자다 깨다 하면서 아침 7시 30분이 되자
정관장(한방의료 지인)님에게 전화를 걸어 간밤에 일어난 사실을 간략히 설명 드렸다.
놀란 정관장님은
다친 우측발가락을 움직여 보라고 했다.
우측 발가락은 움직여졌다.
다음엔 우측 다리를 펴거나 당겨보라고 했다.
전혀 당길 수 없었고 왼 발 도움으로 억지로 끌어드린 다리를 조심 껏 밀어낼 수는 있었다.
“내 눈으로 못 봐서..그럼, 하루 정도만 더 기다려 봐요~..”
환자는 그냥 편한 쪽을 말해 줄때 기대를 걸며 동의하는 것을 좋게 생각 한다.
그러나, 기다려본 시간대에 전혀 나아지는 점을 찾아볼 수 없는 상태로 몸만 뒤척였다.
다시 정관장님께 전화로 상황을 설명하고 병원을 찾아가서 촬영이라도 해 보는 것이 좋을 것으로 결정을 내렸다.
그렇다면 한 시라도 더 머무를 필요는 없었다.
119는 관내 밖으로는 못 간다고 하여 129(유료)를 불렀다.
한 사람의 직원이 왔지만 6층에서부터 침대에 누운 상태로 내려져 차에 실려지는 데까지 별 문제가 없었다.
현이와 림이까지 엄마 따라 내려와서
129차에 실려 가는 우리 내외를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며 손을 흔들었다.
며칠 전에 내가 홈페이지에 올린 글속에
“♩♬어두운 밤에~ 캄캄한 밤에~ 새벽을 향해 떠난다~..♩♬"
어느 환자의 문병을 다녀오면서 나타낸 바로 그 속에
오늘은 내 자신이 주인공으로 바뀌어 누운 자세로 달려갔다.
평생 환자의 몸으로 타보지 못했던 129 구급차..
오래전에 신을 테우고 중대 부속 병원에 가던 때를 떠올렸다.
차가 아파트를 빠져나가면서 129 직원이 물었다.
“왜 그렇게 먼 분당(서울대병원)까지 가십니까? 가까운 수원 아주대 병원도 크고 좋은 병원인데요.”
“어? 아주대 병원이라면 친구 분도 있는데..”
아주대학 병원장까지 지낸 초등학교 친구였던 김효철 교수를 떠올리며 우리가 하는 말을 들은 직원은
“아, 그러시다면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차를 아주대병원으로 방향을 정하고 달려가면서
자신이 119나 129 생활7년에 터득한 확실한 안내라고 말했다.
“휘익~~휘익~~..
나는 누워서 밖을 보려 해도 어둔 하늘만 겨우 보일 뿐이다.
바로 내가 탄 차를 다른 차들이 길을 비켜주었나 보다.
쉽게 아주대병원 응급실 35호 침대위에 옮겨 뉘어졌다.
친구 김교수에게 전화 했더니
회의 차 해외에 나와 있다면서 오는 주일에나 국내에 들어올 것이라고 했다.
우리 삶에서 사고나 병에는 예외인자가 없고 특히 사고는 예고가 없다.
응급실에서 한 밤을
응급실은 쉼이 없는 곳이었다.
쉴 틈이 없이 환자가 들어오고 나간다.
곧바로 나에게도 사진 촬영부터 하게 되었다.
그 밤에 3차례의 촬영이 있었고
팔에는 주사 바늘이 꽂히고 약물 봉지로부터 가는 호스를 타고 주사약이 투여 되었다.
조금 지나서 하얀 까운을 한 분이 찾아와서 촬영한 사진 판독에 따른 병명을 알려주었다.
<우측 대퇴골 전자간부 골절>
들어서 대강은 짐작이 가지만 확실한 의미조차 알기 어려웠다.
쉬운 설명을 요구하는 나에게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대퇴골 고관절이 골절 되었다.
매우 치명척인 부위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동맥이 흐르는 중요한 부분에서 약 3Cm 가량 밑 부분부터 골절 되었고
골절 부위의 뼈가 불규칙하게 어긋나 있지 않다는 점이었다.
그러면서 두 가지 방법을 말해줬다.
1. 수술~ 수술(약 3시간소요) 방법이다.
철심을 박는 수술인데 내가 평소에 아스피린을 복용했기
때문에
약 1주일쯤 기다렸다가 해야 한다.
나이가 많음으로 위험도 각오해야하며 수술하기 위해서는
사전 검사를 철저히 해야 한다.
회복 기간 약 1개월
2. 자연치유~약 6개월 이상의 시간이 걸리지만, 평생 장애도
장담할 수는 없다.
병원 측에서는 두 아들을 빨리 오도록 해 달라고 했다.
아내가 가장 가까운 보호자임에도 아들 들이 와야 한다는 것이었다.
성근이가 왔다.
성근이가 불려가는 곳에 신(아내)도 같이 갔다.
중환자 검진 후 환자 안 듣는 곳에서 어려운 말을 하는 것 같아서 괜히 더 궁금하고 불안 한 생각도 들었다.
돌아온 성근이도 조금 전에 내가 들은 말과 같은 내용이었으며
촬영 된 사진을 같이 보면서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들은 듯 했다.
혹시라도 주저하지 말고 반드시 수술해야만 되는 당위 였다.
태국에 가 있는 김 교수에게 전화를 걸어 병명을 알려줬더니
“수술해야 겠구먼..” 역시 같은 한 마디였다.
수술 동의서를 써 주고 온 성근이는 만일의 경우
의료 분쟁까지 생각하는 병원의 처사라고 말했다.
인쇄물이나 복사물도 안 되고 긴 약정서를 신이 직접 써서 제출했다.
정관장님도 사진 판독이 그렇다면 당연히 수술해야 한다고 말해줬다.
얼마 후 회의가 끝나고 전담 의료진이 결정 됐다고 알려왔다.
잠시나마 가까이서 서로 보고 있던 다른 환자 분들과
애틋한 인사를 나누면서 내 침대는 입원실(2인실)로 옮겨졌다.
그 곳에서 몇 시간 몸이 편안해졌다.
곧 다시 처음부터 원했던 6인실로 들어갔다.
병원에서 정해준 날 동안 그 곳이 내 생활공간으로
2평쯤 되어 보이는 곳에
내 침대와 보호자가 겨우 누울 수 있는 낮은 침상 겸
앉아 쉴 수 있는 곳이다.
책상 위에 개인 사물함과 전화기 옆에는 간호사실로 연락하는 비상 통화 마이크도 있었다.
주치의와 담당 레지던트 의사가 결정 났다는 통보를 받았다.
원예연 박사와 레지던트 김상환님으로,
김선생님은 응급실에서부터 줄 곳 같이 하며 수시로 방문하여 치료에 관한 설명과 주의를 말해줬다.
8층 서병동 46호실은 각 방의 잠을 위하여 커튼으로 가려졌다.
11.8(금)
아침기도
천지의 대 주재시요 전능하신 하나님!
나를 부르시고 나의 하나님이 되시며
내가 아버지라 부르오며 구 할 수 있게 해 주셨사오니 감사드립니다.
제 스스로가 아무리 생각해 봐도 도무지 알 수도 없고 놀라운 일이
캄캄한 밤 한밤중에 순간의 현실로 제게 닥쳐왔습니다.
어떠한 이유나 누구와의 관계도 없었고
평생 걷는 평지 걸음처럼 생각 되는데도
더는 내 힘으로 어찌 할 수도 없었고
피할 길이 전혀 없는 흑암의 길이었습니다.
주님!
이 일은 어찌 된 일이옵니까?
이 어둠 속에서 오직 아실 분은 주님뿐이오며
물음을 드릴 곳도 주님밖에 없나이다.
저를 불쌍히 여기사 바로 알고 바르게 갈 수 있는 길을 보여 주소서
제 죄과를 깨닫게 하시며 바로 볼 수 있게 하옵소서
주께서 ‘가라’ 명하시며 새롭게 보여주시는 길
그렇습니다. 제 앞에 새롭게 펼쳐주시는 ‘새로운 장’
바로 그 장에 들어서서 한 번도 걸어보지 못한
그 길을 드디어 바라보며 걸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주님!
이제 가나이다.
주님께서 이렇게 열어주신 길이 아니었더라면
아무리 저에게 반드시 필요한 길일지라도
저 스스로는 볼 수도 없고 갈 수도 없을 그 길이었습니다.
오늘 저는 비로소 몸과 마음이 확신을 갖고 경험하며 나서게 되었습니다.
주님께서는
흑암의 권세에 매여 사망의 길에서 헤매는 우리 인류를 구해주시기 위해
하나님의 높은 보좌를 사양하시고 비천한 길로 걸어오셨습니다.
그 사명은 실로 온 인류의 생명을 영원한 산 생명으로 살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셨습니다.
여기 한 나그네로 살아가는 주님의 자녀 된 자
저는 오늘 이 육체가 자유를 잃어버린 채
단 몇 시간(약3시간?) 만이라도 잠자는 중에
살과 뼈를 깍고 피흘려보는 산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주여!
이 죄인의 안목으로 무엇을 볼 수 있겠나이까?
많은 사람들에게 많은 피해만 줄 수 있을 뿐
제가 얻어 취해야 될 값진 것들을 비록 작은 것일지라도
아무런 대가도 없이 놓쳐버리고 마는 것은 아닐런지요~?
준비해 주신 선물 충분히 받아 소중한 마음에 담아가게 하소서.
11.9(토)
수술 준비기간
수술을 위하여 준비 중이다.
원 교수님과 수술 팀은 완전한 준비 상태에 있으나 평소에 복용 했던 아스피린 때문에 기다리는 시간이 있고
수술을 위해서는 사전에 몇 가지 검사해야 될 일과 준비를 철저히 하라는 교수님의 지시가 내려졌다.
찾아 주신님들
신송무 집사님 내외가 먼저 방문했다.
신화사에 들려서 컴퓨터 하드 복사와 충전기 카드 등을 가져왔다.
성근이와 성인이 부부들과 손주들이 모두 왔다.
박종호 김명화님 내외와 현수 준수 하윤이까지 왔다.
누구냐고 물을 때마다 한 가족으로 소개하는 그 가정이다.
이종덕 박경희님 내외가 방문하여 기도를 드렸다.
이종덕선생님과 박경희 집사님이 후에도 성윤이와 함께 다시 찾아 주었다.
나와 우리 가정에 큰일이 닥칠 때마다 놀라운 사랑의 빚을 지게 되었다.
신앙의 길을 기본으로 함께 가는 박집사님과는
세대 간 성별 간 출생지역이나 특별한 연고도 갖고 있지 않았으면서도
처음 대화에서 갖게 된 서로간의 신뢰는 어느 혈육 간이나 연고 못지않게 30여년을 향한 걸음을 계속해 왔다.
진통제 투약으로 어떤 고정된 자세에서는 통증이 없었다.
등허리 부분이 아프기도 하고 살이 박이는 듯 불편했다.
가장 불편한 것은 화장실 출입이다.
소변이야 침대에서 혼자 해결할 수 있지만,
대변은 보호자의 도움 없이 혼자서 해결 할 수 없다.
그래도 침대 화장실이 있어서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해결 할 수 있지만
이럴 때 가장 가깝고 허물없는 사람은 아내밖에 없었다.
11.9(주)
병원에서 맞는 첫 주일이다.
신이 교회로 가기 위해서
수원에 사는 춘표 어머니가 차를 가지고 교회에 가는데
병원 앞에서 10시에 만나 같이 가기로 약속이 되어 있다면서 나갔다.
오전 11시 교회의 예배 시간에 맞춰 나도 기도를 드렸다.
성경은 사무엘상을 읽었다.
오후 2시가 되어서야 신은 춘표 어머니와 같이 들어왔다.
조금 후에 들어온 성근이와 성인이가 와서
노트북에 워드를 깔고 인터넷 개통을 시도했다.
주일 저녁 예배 시간에 맞춰서는 웨스트민스터 소요리 문답을 읽었다.
저녁에 다시 아들들이 인터넷(NES..)을 개통하여 컴퓨터를 열어 봤지만
고정 자세로 앉는 것이 몸에 좋지 않게 느껴져서
아직은 사용에 주의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내가 카페지기로 있는 대야향우회와
나미송머무는 곳 두 카페에는 약 1달간 쉰다는 인사말을 올렸다.
제기동 누님의 전화를 받았다.
동도교회 권사이신 누님은 평소에 나를 위해 기도드리지 않았는데 이제는 기도를 드려야 겠다는 말씀이시다.
11.10(월)
원교수님과 김레지던트 그리고 몇 몇 수행원들이 함께 오셨다.
원교수님은 친구와 전화통화 했다는 점
정형외과 수술 대기자가 명년 3월까지 꽉 찼으나
수술실 틈새를 얻어내는 점과
확답은 아니지만 우선 수술 대비 준비는 철저히 하도록 지시하셨다.
매우 알아듣기 쉽게 유머 섞인 말솜씨로
해야 될 말은 다 포함 되어있지만 매우 짧고 확신을 주는 지시였고
수행원들은 열심히 기록하는 모습이었다.
이 곳 분위기를 알 듯 싶었고 환자인 내가 취할 태도를 분명하게 숙지시켰다.
교회의 최목사님과 정목사님의 전화를 받았다.
특히 최목사님께서 찾아오시겠다는 말씀에
수술 후에 전화를 다시 드리기로 했다.
11.11(화)
심장에 대한 검사를 일부만 하고 혈전도 검사를 취소 시켰다.
혈압 130~140/70~80
체온에는 열 없음
술 담배와 혈압 당 염증 수술경험 몸에 지닌 질병 등 모두 양호하여
평소 건강관리 잘했다는 칭찬을 받기도 했다.
한사코 장담은 안하시면서도 내일 오전 11시쯤으로 수술 일정을 잡고
금일 12시 이후부터 금식 명령이 떨어졌다.
투약은 늘고 긴장감이 돌았다.
오늘 김광일과 고석만 친구들이 전화하여 나를 위해 기도드리겠다고 했다.
주님!
제가 수술실에 들어가면 몇 시간 동안 특수 잠을 자겠네요~..
주님께서는
육신이 찢기고 살아계신 상태에서 손과 발에 못이 박히고
옆구리까지 창에 찔리시며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피의 연속이셨지요?
주님!
저는 호강 중에 그 귀한 체험 장에 잠시 다녀올 것 같습니다.
아픔도 없고 형벌의 질책이나 비난이나 조롱 받음도 없이
오히려 사람으로서의 최상의 대접과 보호를 받으면서
많은 사람들의 사랑과 위로와 기도를 받으면서 감사드리며 다녀오겠나이다.
20 여 년 전에 아내가 수술실로 들어갈 때
♬ 나의 목자 여호와~ 그_품에 안기네~
♬ 나의 목자 여호와 ~그-품에 안기네~
♬ 죽음의 그늘에도 같이 가네~ ♬♬
복도에서 서성이며 부르던 김목사님의 찬송 곡으로
기도를 대신 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내일은 아내와 자리를 바꿔서 다시 그 위치를 경험하게 되었나이다.
그렇습니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한 숨 돌릴 새도 없이 동행해 주시며 감독해 주시는
주님을 찬송하며 이제 제 이름 불러 주기를 기다립니다.
------------------------------
김종수 : 대퇴골이라...혹씨 야곱의 그것이 아닌가 하고 집히는 것이 있어서 환도뼈를 검색했더니 =대퇴골로 나오네요. 그렇다면 야곱의 인생이 완전히 뒤바뀌게 되었던 환도뼈(대퇴골)사건과 우리 회장님의 대퇴골(환도뼈) 사건은 무슨 관계가 있을까요? 혹씨 하나님의 천사라도 만난거 아니신가요? 하나님께 더욱 가까와진 우리회장님 모습이 크로즈업됩니다. 지금쯤 걸어다니시는지! [2008-12-12]
나그네 : 처음부터 믿는 자에게 주시는 시련의 뜻을 찾고자 구했었습니다. 소자가 감히 믿음의 선조들과 어찌 비교하여 말 할 수 있겠습니까만, 그 주시는 은혜와 교훈은 감사로 받습니다. 열정적으로 읽고 주신 말씀으로 친구로서의 감사하다는 말밖에~~~.. [2008-12-13]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