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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는 전하지 못한 마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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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와 일에 쫓겨 등 떠밀리듯 살아가는 와중에
지난 10월 26일은 잠시나마 인생과 가족을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고,
아버지가 살아오신 세월의 페이지들을 함께 바라보며 떠오르는 여러 가지 단상들이 있었습니다.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딸의 마음을 글로나마 대신 전해드립니다.
일흔 해를 살아오신 아버지의 삶을 가만히 반추해 보자니
‘고독’과 ‘사귐,’ 그리고 ‘믿음.’ 이 세 단어가 자연스레 떠오릅니다.
이른 나이에 겪어야만 했던 가족의 죽음과 그로인한 외로움,
인생에 대한 근원적인 의문,
그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추구하셨던 사람과의 사귐과 기독교적 진리.
어릴 적 어쩔 수 없이 감내해야 했던 삶의 조건이 아버지에게는
궁극적으로 커다란 축복의 조건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결국 아버지께서는 많은 사람들과의 의미있는 만남을 통해 인생의 피상적인 외로움을 견뎌내셨고,
하나님과의 깊은 사귐을 통해 인생의 근원적인 고독을 이겨오셨겠지요.
바라던 대로, 계획한 대로 되지 않는 인생이지만
적극적으로 원하는 삶의 무늬를 엮어 나가시고
그 중심에는 흔들리지 않은 진리의 기둥을 세워두셨으니
과연 축복받은 인생이십니다.
저에게는 아버지의 연세가 그리 현실감있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 어느 젊은이 못지않게 건강하시고 의욕에 넘치시는 모습을 항상 가까이서 뵈니 그럴 수밖에요.
종종 이 무딘 딸이 아버지와의 관계나 그 연세를 잊고
친구처럼 쉽게 대하는 무례를 범하기도 하는데,
아버지는 그저 허허하시며 모르는 척 넘어가 주십니다.
두 아들에게는 호랑이보다 곶감보다 더 무서운 아버지였다는 어머니의 말씀은
저나 손자들에게는 픽션에 가깝게 들리지요.
손자들에게는 한없이 너그러운 할아버지요,
경험많은 선생님이요,
성장의 기록자가 되어주시는 아버지.
언젠가 홈페이지 댓글을 통해서도 고백한대로
아이들을 키우면서 아버지 어머니의 존재가 해가 갈수록 더욱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세상 사람들은 그럽니다. 시댁은 멀수록 좋다고. 적당히 거리를 두고 살라고.
나와는 전혀 다른 삶의 패턴과 행동양식, 사고의 틀을 가진 사람들과
가족이라는 이름아래 인위적으로 연결될 때에
갈등과 긴장, 충돌이 없다면 그건 거짓말이요 가식이겠지요.
하지만 저희 혼인식 때 해주신 말씀대로
딸이 없는 아버지는 딸을 얻으셨고, 아버지가 없는 저는 아버지를 얻었습니다.
길을 잃은 듯 보이는 삶 속에서도 승리의 삶을 이끌어 오신 아버지.
그래서 돈과 명예를 손에 쥔 사람들 앞에서도 언제나 당당하십니다.
그 모습이 자식들에게는 힘이 됩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삶 속에서 허우적댈 때
제가 그나마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의 선하심과 그 계획하심을 신뢰했기 때문이요,
또 아버지 어머니가 늘 함께 해 주셨기 때문입니다.
아버지. 늘 함께여서 좋고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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