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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바랜 옛 사진속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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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옛날 그들의 사진을 보면서 좀 촌스럽게 보이지만
그 시절의 추억을 담은 모습을 보는 마음은 여전히 귀하게 느껴진다.
중학교 때부터 남녀 공학이 없던 그 시절에는
기차 통학을 하면서도 여학생들만 탈 수 있었던 열차 칸이 따로 있었다.
교복차림의 여학생들만 봐도 왠지 아름다운 꽃을 보는 마음과 향기를 맡는 듯한 느낌을 받으면서도 막상 그들 가까이에 접근하기에는 용기도 없었고 아예 엄두를 내지 못했었다.
그러던 어느 해
대야 넓은 들판에도 새 봄이 오면서
나그네 소년의 주변에 햇병아리 같은 여자 후배들이 얼씬거렸다.
어느 땐 가까이 왔다가 멀리 달아나듯 하면서
그들은 초등학교 시절에는 못 느껴 보았던 나그네 마음속 이성의 감정에
점점 색깔을 짙게 물들여 주기도 하였었지..
그들 대여섯 명은 이 곳 저 곳 몰려다니면서
자주 눈에 띄었지만 왠지 말 할 기회는 없었다.
특히 그들 중 두 명은 여름철에 찾아와서
오빠로 부를 수 있게 해달라고 편지지에 써와서 도장을 요구하기도 하고
(그 시절엔 요즘처럼 오빠소리를 쉽게 부르거나 듣지를 못했었지..)
몸이 아파서 누워 있는 날엔 과일을 사가지고 방문하면서도
말 한마디 안하고 그냥 가버리는 이해가 안 되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물론 크리스마스 절기엔 카드도 보내 왔었다.
예쁜 아이들
눈으로 보고 예쁘다는 생각만 했을 뿐인데
왜 내 마음속에 남아 있는 것이었을까..?
무슨 특별할 것도 없는데도
어쩌다가 눈이라도 마주치면 흠칫 하면서
마음에서 쉽사리 지워지지 않는 것은 왜 그랬을까?
그 중 한 명 경은
다른 아이들도 많고 그 또래들도 많은데
다 들 흐르는 물처럼 흘러가고 말던데
왜 그만은 유독 그들과 같이 흘러가버리지 않고
내 눈이 두리번거리며 그를 뒤따라 찾으면서
마음속에 동요와 작은 소요로 남기는 것이었을까?
그러면서도 단 한 번의 대화는 없었고
그 것은 말하기 좋아하는 소년의 가슴엔
먼 훗날까지 오래토록 욕구의 불만으로 남겨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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