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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천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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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인사동으로 가서 저녁 식사를 대접해 주겠다고 하여
중고등학교 친구들 5명이 안내를 받고 간 곳은 낙원동 골목 식당가였다.
어디나 저녁 식당가는 간판부터가 화려하고
사람들이 많이 북적거리겠지만
낙원상가 앞 식당가는 어딘지 모르게
옛날 모습이 베어나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저녁 식사를 하고 2차를 가자고 했다.
나그네에게 2차라면 주로 커피를 마시는 곳으로 알고 있었는데
2층 홀에 들어선 곳은 왠지 별천지에 들어선 느낌이었다.
가라오케 반주자와 섹스폰 반주에 맞춰 노래와 춤을 추고 있는 사람들은
거의가 중년을 넘긴 나이로 보이고
몇몇 남자들은 흘러간 영화에서나 본 것 같은
옛 노신사 차림의 복장을 하고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었다.
파고다 공원이나 종묘는 노인들이 모여서 대화나 오락을 즐기는 휴식 공간이고
이곳은 양쪽 어느 편에서나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이어서
비싸지 않은 돈으로 즐기면서 쉬고 가는 곳으로 보였다.
이곳에서 손님은 노래 세 곡 부르고 반주 서비스 수고비로 만원을 낸다.
대부분 노래 부르거나 춤을 추는 사람들은
끼가 있어 보이고 자랑할 만큼 솜씨도 잘 보여주었다.
우리 중 김 회장도 나가서 노래 부르고 초면인 사람과 춤도 추었다.
“혼자 오신 것 같은데 자주 오십니까?”
우리가 들어설 때부터 나올 때가지 무대에서 계속 춤을 추던 여성 노인분에게 물었다.
“네, 가끔씩 생각나는 대로 혼자 수원에서 올라와서 놀다 갑니다. 즐거우니까요~..”
좋아하고 즐거운 일이어서 멀리 수원에서
왕복 네 다섯 시간 쓰시며 저녁 시간에 다녀가신단다.
인생 후반의 낙을 찾는 한 방편을 보여주시는 것이었다.
하하..
3차를 가자고 이끈다.
또 무엇이 있을까 생각하며 따라갔다.
이곳에서는 손님이 노래 부르지는 않고 지정 가수의 노래를 들으며
신청곡도 주문하고 술을 마시며 대화하며 놀다 가는 곳이다.
우리 일행 중 교장선생님은 가수와는 구면이라면서
‘등대지기’ 노래를 신청하여 들었다.
손님들도 젊은 사람들이 많았다.
친구의 한 끼 저녁식사 초대가
나그네에겐 별천지를 구경하고 경험해본 자리였다.
“나 오늘 별천지 다녀왔네!”
집에 들어서면서 아내에게 말했다.
한 밤 자고나니 주일이었다.
아침 강설 시간에 목사님께서 ‘별천지’ 말씀을 하셨다.
주님께서 사도 요한을 통하여 버가모 교회 앞에 쓴 편지에
뇌물을 받은 발람이 가르친 니골라 당의 교훈을 따르는 자들이 점점 올무에 빠져서
우상의 재물을 먹기도 하고 행음하는 죄를 범하기도 하였다.
우리들에게 별천지는 아주 멀리 있는 것만은 아니었다.
당장 혐오스럽거나 놀라운 일로 유별난 별 색으로 나타나 보이지도 않는다.
현실이 답답하고 어렵게 생각 되어지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들여다보고 싶은 곳일 수도 있다.
교회에서 아들 가족과 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
“정희! 나 어제 별천지 다녀왔는데,
오늘 목사님 말씀 중에 별천지를 기웃거리다가 넘어질수도 있는 자에게 경고의 말씀을 주셨다.”
며느리 이름을 부르며 말했다.
“하하..” 정희는 웃었다.
“저 어머니에게 아버지 말씀 들었어요. 어제 저녁에 별천지 다녀오셨다고요..”
하나님께서는 나를 사랑하시며 은혜를 주신다.
전혀 다른 두 상황에서 말하게 된 별천지를
생생하게 드라마로 보여주는 것 같았다.
그림자 같이 지나가고 만
그것은 내게 말씀을 잘 이해하는 보조 재료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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