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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과 말(言語)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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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과 말(言語)
사람들은 마음의 생각을 말로 표현하여 자기를 나타낸다. 말소리를 들으면 그 마음의 생각이 드러난다. 개도 그렇다. 닭들도 그러하다. 어미 닭의 경 계음 한마디에 병아리들은 순간 얼음이 되어 버린다. 지난 이른 봄날 들녘엔 눈덩이의 잔재만 먼지모래에 바래서 나뒹구는 날 까마귀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냥 까~악,까~악 내는 소리인데 내게는 어느 말보다도 더욱 분명하게 들려왔다. 저 뼈 속을 파고드는 저 소리는 어미가 어린새끼에게 줄 것이 없어 배가 고파 우는 소리임에 틀림이 없다.
많고 많은 말들이 거리에 떠돌고 있다. 부모와 자녀 간에도, 부부지간에도 한 말보다 차마 하지 못한 말들이 더 많다. 그 말들이 서로 엉켜 붙어 화석이 되어 버렸다. 그것이 기쁨인지 슬픔인지 분간이 안 되는 채로 굳어버려 이제는 그 실마리를 찾을 수가 없다. 찾아도 끄집어 낼 수는 없는 세상이 되었다. 캄캄한 세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제 사람들은 말을 들어도 그 사람의 마음을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열길 물 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의 속은 모른다는 말도 있는가 보다. 그래서 디오게네스는 대낮에 등불을 켜고 다녔나보다. 이런 세상에서 자기의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 단 한사람이라도 있다면 그 사람은 그래도 행복할 것이다. 그게 친구일 것이다. 그런 친구를 만나 그냥 말없이 차 한 잔을 마시고 실없이 돌아와도 좋은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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