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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와 사쿠라를 읽으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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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가을 자연의 색깔들이 유난히 짙은 가을 색으로 보여 진 것은
아마도 내 마음의 자리가 그런 빛깔일 것으로 생각 되었다.
그 마저도 이제 겨울 문을 앞에 두고 첫 눈발을 보이면서
이 가을도 마지막을 서두르는 날씨로 느껴졌다.
얼마 전에 친구(이지환)가 보내온 윤동주 시인이 쓴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이란 글이
더욱 짙게 마음에 와 닿았다.
내 인생의 가을 열매를 생각하기 전에
옛 친구들과 함께하던 나의 청소년 시절을 생각해 보았다.
그 옛날에 기차 통학을 하면서
오고 가는 여학생들을 바라볼 때 마음이 설레면서도
단 한 번이라도 말을 건네 보지 못했던 그 시절을 떠올리며
나는 내가 알 수 없는 어느 젊은 소녀들의 추억속의 이야기를 들어보면서
그 시절의 만남을 대신하고 싶었다.
곧바로 광화문으로 가서
‘무궁화와 사쿠라’라는 소설책 한권을 사서 읽으면서
이 책의 주인공이 아직도 살아계셔서 그 날을 증언하고
책 속의 이야기들이 생생한 자서전으로 읽혀지면서
진실 되고 깊은 사랑과 우정의 감동으로
그 시대를 같이 살아가면서 함께 보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 책은
많은 공과 업적을 남기신 홍은혜 여사님의 긴 생애 중에
꿈 많은 여고시절 시작부터 대학 초년 때까지
단 4년도 채 못 되는 기간에 있었던 이야기지만
그 안에는 아직 어린 한 소녀의 성숙 되어가는 과정이
가정과 교회와 학교 안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과의 관계가 어떠하며
지식과 신앙이 점점 자라고 깊어지면서 자기 정체를 정리하고
개인의 성숙된 인격이 가까운 이웃과 친구는 물론
사회와 국가 민족에게까지 어떤 관계로 살아가는 것인지를 보여 주고 있었다.
그 중 어느 페이지 하나 놓치고 싶지 않은 이야기들도 가득 차 있었지만
때가 묻지 않은 친구들과의 사랑과 우정이 남다르게 돈독하면서도
바른 신앙과 국가관의 자존심을 결코 빼앗기지 않으면서 기성세대까지 감동시킨
한 여학생의 곧은 마음을
나는 그 시절을 살아가는 소년 나그네의 심정으로 지켜볼 수 있었다.
아래에 일부 대목만 적어 보았다.
내가 어린 시절부터 교회에서 가끔씩 듣게 되던
순교자 주기철 목사님의 문창교회 목회 현장을 지켜보았다.
훌륭하신 목사님 밑에서 배우고 자란 소녀는
신앙이 돈독한 할머니와 장로님 가정의 5남매 중에 셋째 딸로 자라면서
신앙의 도리를 잘 배워 실천하는 삶으로 살아가면서
차별 감을 갖고 대하던 일본인 친구는 물론
학교장이나 일본군 장성까지 감동시킨 사랑의 실천가로 보여줬다.
음악은 단 하나의 선율로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키고,
책을 읽으면서는 단숨에 국경도 뛰어 넘을 수 있다는 말에 공감하듯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음악과 시로 말해준다.
일제통치시대에는 물론 우리나라 독재정권 아래에서도
많은 국민들의 억눌린 가슴에 응어리진 말 못하는 마음이 노래를 통하여 표현 되고
일시적이나마 슬픔을 달래기도 하였었다.
나라의 주권을 빼앗기고 억압당하는 국민들에게는
슬픈 노래는 물론이거니와 기쁘고 희망찬 노래를 부르면서도 함께 눈물을 흘려야만 하였다.
“은혜, 정례 미안해!..”
일본인 여학생은 조선인 친구를 향해
어른들이 저지른 죄에 대하여 사과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조선을 상징하는 꽃 무궁화!
일본을 상징하는 꽃 사쿠라!
“내 나라꽃을 내가 사랑한 것이 죄가 될까요?”
어쩌면 두 꽃들조차 두 나라 민족성까지 잘 드러내면서
나라를 빼앗긴 민족의 꽃이 받는 핍박과 설움도 우리네 설움에 못지않았으리..
사랑 없는 우정은 진정한 우정이라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여기 우정에 앞서 사랑으로 시작 되었고
사랑으로 마지막 가는 길에 인사하는
친구 은혜와 구와하라의 우정은 나라와 민족이 서로 다르고
피차간에 역사와 문화가 너무 달랐지만
그 어느 것도 두 친구 간의 우정에는 아무런 문제 될 것이 없었다.
심지어는 부모까지도..
“잘 가! 사쿠라!..”
사쿠라 꽃처럼 화려하게 왔다가 서둘러 먼저 떠난 친구 구와하라가 가는길에
‘하늘 가는 밝은 길이 내 앞에 있으니..’주님께 기도드리며 보내드리는 무궁화 은혜.
‘아름다운 우정은 국경을 넘을 수 있으며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그 우정의 색깔은 변하지 않습니다.
제가 소녀 시절에 만났던 일본 친구 구와하라와의 따뜻하고 순수했던 우정
그리고 제가 그 친구를 위해 기도하고 찬송했던 아름다운 추억만은
끝까지 간직하고 싶습니다.’ 라고 말 끝을 맺는 은혜 할머니는 공중파로 말씀 하시게 된 기회에
책에 기록되지 못 한 한마디를 추가 하셨다.
구와하라가 마지막 가던 날 은혜에게
“은혜야! 네가 믿는 예수님 나도 보고 싶고 믿고 싶어!
나를 위하여 찬송 불러주고 기도 해 줘~..”
‘이 같이 너희 빛을 사람 앞에 비취게 하여 저희로 너희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
예수그리스도의 말씀을 배운 대로 실천하면서
마지막 가는 친구에게 영생의 복음을 전하신 전도자의 사명을 감동으로 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더 깊게 감명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나의 청소년 시절과 젊은 시절에
연결되는 종교와 신앙과 음악과 함께하던 친구들이 있었기에
더욱 현실감 있게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다.
은혜가 친구 구와하라를 주님께 부탁드리며 떠나보내면서
‘하늘가는 밝은 길이..’를 불렀다면
나는 순천향 병원에서 숨을 거두기 전에
‘동생! 하나님께 기도 해줘!.."라고 말하던 임선모 선배를 떠올렸다.
그 때 생각나는 노래가
그와 함께 오른 고향 마을 뒷동산에서 내가 부른 ’대니보이‘ 였으며
형은 노래를 들으면서
“동생! 한 번 더 ! 한 번만 더!”하시던
그 노래를 다시 떠올렸었다.
은혜가 친구의 무덤 앞에서 ‘대니보이’를 노래 한 것처럼
나는 가장 친한 신앙의 친구 이공신을
30대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나보내며
그의 새 무덤 위쪽에서서 시편23편 노래(같이 그 산에서 부르자고 약속 했던)를
온 천지가 울리는 소리로 혼자서 불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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