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모한 도전**
내가 신앙생활을 해오면서 주일 낮 예배를
교회가 아닌 집에서 아내와 같이 드려보기는 처음인 것으로 생각되었다.
코로나19로 인한 관할 과천시의 행정 명령에 따라 교회는 이해하고 순응하면서도 비상 시국에 차선책으로 하나님께 정한 시간에 예배할 수 있게 된 것은 그나마 다행 스럽고 감사한 일이었다.
춘분의 때를 맞아 봄 기운이 물씬 나는 오후 시간을 그대로 보내기가 아쉬워서
산책을 하기 위해 가벼운 옷차림으로 집을 나섰다. 마침 온 나라가 거리두기를 말하는 때여서 혼자 가는 것은 좋지만 이왕 나선김에 처음 가보는 길을 걷고 싶었다.
오후 5시 조금 지나서 대야미 역에서 반월호수로 가는 길을 따라 걷다가 문득 전에부터 바라던 생각이 떠올랐다.
반월호수에 가면 아름답게 물에 비춰 떠올려지는 산 물 그림자는 방향을 바꿔가면서 보더라도 호수 물가운데 그려진 모습이어서 많은 사람들이 신기한 모습으로 바라보면서 감상한다.
공원엔 유례에 따라 쓴 시 비도 있었다.
'저 산 봉우리를 올라 다닐 수 있는 산책로가 필요해!
자연 환경을 훼손시키지 않으면서도 우리의 건강에 도움되는 산책을 즐겁게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언젠가 군포 시장님을 만난다면..?' 말 해 주고 싶은 생각이었다.
그래, 오늘은 내가 그동안 원했었던 그 산 꼭대기를 올라보자!
그런데 올라가는 길을 알 수가 없었다
물말끔터 가기 전에 다리 밑으로 건너가서 산길을 찾아 올랐다.
너무 늦은 시간 같았지만 오늘이 아니면 기회는 다시 오기 어려울 것 같았다.
날짜가 조금 지나면 많은 가시나무 엉겅퀴 때문에 길이 제대로 나지 않은 산을 도무지 오를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대로 올라보기로 했다.
우리나라 산에는 꽤 높은 곳까지 조상의 묘가 있는데 그 묘 터 위에서 부터는 혼자서 새 길을 만들어가듯 올라야 했다.
'저기 저 봉우리까지 오르면 그 넘어로 호수가 보일꺼야~'
그러나 그 생각은 거의 맞지 않는다는 것을 그 간의 많은 경험 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렇지만 알면서도 스스로 속아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역시나 세 네개의 산봉우리를 오르고 내리고 또 올라서 겨우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그간에 평지만 걷던 무릎이 이상 신호를 보내왔다.
그래도 그 곳에서 저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반월 호수 쪽을 바라보면서는 모든 힘든 것을 잊어버린 것처럼 성취감에 만족했다.
해가 저무는 반월호수 반대편으로 내려가는 길은 벌써 어두워지고
힘들게 올라온 길을 다시 가기보다는 다른 방향을 잡아 내려가고 싶었다.
능선 따라 남쪽 방향으로 걸어내려갔다.
그런데 역시 좌우로 내려가는 길은 안보이고 또 다른 산봉우리를 올라야 했다.
되돌아 갈 수없는 지점에서 매우 가파른 길을 따라 올라야 했다.
두어차례 반복 되고나서 내려갈 지점을 찾았다. 어두워진 때라 길처럼 생각하고 내려가다보니 작은 물길로 난 골짜기였다.
얼마 멀지 않게 보이는 앞 쪽으로 도로가 보이고 불빛도 보였다.
'이제 내려가기만 하면 되는거야~'
그런데도 막상 내려가는 길은 생각보다 힘들고 미끄러지기가 되풀이됐다.
한 손엔 마른 나뭇가지 지팡이를 짚고 한 손은 핸드폰이 빠지지 않도록 주머니를 점검하며 가끔씩은 다른 나뭇가지를 잡는다.
미끄러지고 주저 앉기도 하면서 가시에 손이 찔리고 얼굴도 긁혔다.
역시 처음 가보는 야간 산행은 안돼!
그제서야 조금 후회스럽기도 했다.
가끔은 세계 산악인들이 큰 산을 도전하다가 실패하는 것을 뉴스로 보면서 그런 일은 무모한 일이라고 생각하며 나는 그런 일에 전혀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아니, 오늘은 내가 겨우 그들의 작은 흉내내기를 하면서 무모한 경험을 하는 것 같았다.
눈으로 보면 얼마 안되는 거리이지만
길이 없을 때는 매우 난감해 진다.
그 때 희미하게 터널입구가 검게 눈에 보였다.
밤에 불이 전혀 없는 것으로 봐서는 사람이 잘 다니지 않은가 보다고 생각되었다.
내려가서 깜깜한 터널을 지나서 보니 큰 물길을 잡아주는 하수구 같았다.
차가 다니는 도로 갓 길이 너무도 편케 잘 닦여진 길인 것으로 느껴졌다.
자만은 안된다.
말이 없고 생각이 없는 자연을 상대로 내가 혼자의 힘으로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별게 아닌 것으로 보이는 낮은 산~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 균~
그렇지만 내가 섣불리 대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닌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오늘 새벽에 읽은 하나님의 말씀이 생각 났다
베드로 사도는 "하나님 집에서 심판을 시작할 때가 되었나니 만일 우리에게 먼저 하면 하나님의 복음을 순종치 아니하는 자들의 그 마지막이 어떠하며"(벧전4:17)
하나님께서 나를 아직까지 이 땅에 남겨 두신 것은 내가 아무리 부족할 지라도 이 세상 심판이 이르기 전에 반드시 내 입을 통해서 전하는 복음을 들어야 할 사람이 아직 남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깊은 감사로 주님께 머리숙여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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