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空约)
(지금은 철길 걸으면 죄가 되는데 그 땐 알지 못했었습니다.)
친구 와 함께 먼 곳까지 걸어보자고 했어요.
둘이서 함께 가장 가까이에서 나란히 걸으면서도
친구 사이에 일정한 거리감은 필요하다 했죠.
길도 우리들의 걸음 속도도 같아야 했어요.
앞을 보며 걷지만 이야기는 끊임이 없었어요.
나에겐 네가 있고
너에겐 내가 있기에
우리 서로 같은 높이로
같은 속도로 우정을 나누며 걸었어요.
가다가 위험할 때엔 같이 살펴주고
가다가 지칠 때면 같이 쉬어 가면서
이대로 십 리 길 걷자고 했었지요.
서로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면서
오래 오래 떨어지지 말고
앞만 보고 멀리 멀리 가자고 약속 했었지요
우리들 옆에 무엇이 지나가도
가까이서 멀리서 들리는 별스런 소리에도
별로 신경 쓰지 말고
도란도란 우리 이야기 멈추지 말고
그 길 함께 가보자 다짐하며 걸어서 갔어요.
그렇게 가다가 친구는 갑자기
황홀한 꽃 감상을 말하면서..
잠시 동안만 이야기를 멈추자고 했어요
곧 따라갈 터이니 먼저 앞서 가라 했어요.
친구와 저만치 떨어져서 외롭게 혼자서 걸었지요.
그랬는데, 그랬었는데..
갑자기 친구의 급해진 목소리가 멀리서 들렸어요.
"친구야, 나 포기하고 먼저 내려가서 기다릴게
너 혼자라도 나와 약속한 거기까지 잘 다녀와-."
오리도 채 못가서
친구는 이 길에서 내려서 혼자서 멀어져 갔어요.
나도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나마저 내리게 할
마지막 열차의 기적소리에 귀 기울이며
친구와 함께 약속했던 그 곳까지 혼자서 가면서
운전자의 신호를 기다리며 아직도 혼자 걷고 있어요..
우리 함께 오래 오래 살아가면서
한 몸처럼 살아가자던 초등학교 친구
박 삼랑 군이 50을 채 못 넘기고
저 세상으로 가버린 일을 마음 아파하면서...*
(살다가 어느날에 친구를 추모하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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