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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비(나그네 어린시절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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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비
어린시절 여름날에 수제비 먹던 생각이 난다.
채로 잘린 호박을 넣고 멸치 국물에 하얀 밀가루로 반죽된 떡덩이가
불규칙하게 손으로 뜯어져 넣거나
칼로 잘라 넣어진 칼 수제비(요즘은칼국수)로 끓여 먹기도 했다.
밀가루가 부족하여 죽을 쑤어 먹을 때에는
보릿가루나 옥수수 가루를 쓸 때도 있지만
역시 고운 밀가루로 만든 수제비가
떡덩이처럼 씹히기도 하여 먹기에 좋고 배도 부르고 맛도 좋았다.
포대로 사온 밀가루를 마지막으로 모두 떨어내어
수제비를 만들어 먹은 어느 날,
배부른 나그네 소년은 그 빈 포대자루에 그림을 그렸다.
그림 솜씨는 없는 편이지만
생각이 떠오르는 대로 귀신 상을 그린다고 그렸다.
귀신을 한 번도 본적이 없었기에
사람 생김과 비슷하면서도 좀 다르게 그렸다.
“이만하면 됐다!”
그림 포대를 접고 접어서 간단하게 들고 곡물 창고 앞마당으로 나갔다.
늦게까지 아이들이 노는 곳인데도 조용했다.
춘식이를 만나서 그림 포대를 보여주고
지금부터 내가 혼자서 하는 일을 멀리서서 보라고 했다.
어둠이 짙어진 길거리엔 오가는 사람들이 뜸했다.
바로 그 때 기다리던 대상이 나타났다.
몇 년 아래로 보이는 여자아이였다.
‘좀 어리긴 한데..그래도 때를 놓칠 순 없지..’
혼자서 오산리 가는 길로 걸어가는 소녀에게 바싹 뒤쫓아 가면서
밀가루 포대를 머리 위에서 아래로 눌러 썼다.
물론 조그맣게 뚫어 놓은 구멍으로 보면서..
무슨 소리는 들렸겠지만 소녀는 앞만 보고 걸었다.
나는 오른손으로 소녀의 어께를 툭 치면서
”히~!“소리를 내며 귀신 얼굴을 바싹 내밀었다.
“.... ....”
흠칫 놀라는 소녀는 아무 소리도 못내고
오산리로 가는 산모퉁이 길을 무심코 가는 듯 했다.
“으앙~~~!!!”
불과 몇 초 지난 것 같은 무렵 소녀는 마구 달려 달아나면서
고요한 시골 동네에 때 아닌 비명 소리 같은 울음소리를 냈다.
겁이 덜컥 났다.
뒤 쫓아 달려가서 장난이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달아나는 속력도 빠르거니와 뒤쫓아 가는 소리로 알고
더 놀래 자빠지기라도 하면 어쩔 것인가?
뒤에 떨어져서 구경하던 춘식이도 매우 놀라는 표정이었다.
하루의 재미로 남기기에는 두고두고 생각이 많이 났다.
무엇보다도 생각이 자라면서 생각하니
그 소녀가 밤에 병이라도 나지 않았을까 하는 염려하는 생각까지 들 때에는
대단히 미안한 마음이다.
아직도 그가 누구였는지를 모르면서도
미안하다는 사죄의 말이라도 하고픈 마음이다.
대야 초등학교 35회~37회 쯤 되지 않았을까..?
그 어린 시절에
순간이나 잠깐의 즐거움을 위하여 무심코 행한 행동이
때론 엄청난 피해를 자신도 알 수 없는 다른 사람에게 줄 수 있다는 것을
왜 당시에는 못 깨달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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