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나그네인생2<추석날을 앞두고 |
|
|
|
|
| |
 |
|
첨부파일이 없습니다. |
|
|
나의 어린시절 일기(1) 추석 날을 앞두고
1954년 추석을 며칠 앞둔 토요일
대야초등학교 6학년 3반
학교에서 돌아온 나는 부엌으로 들어가 검은 솥 뚜껑을 열고 엄니가 준비해놓은 고구마를 꺼내먹었다.
잘 생긴 놈 1개를 주머니에 넣고
마루 밑에서 낫을 챙겨 들고 서오산으로 난 산길을 넘어갔다.
서악 마을과 오동리를 지나면
꽤 크다고 생각되는 방죽이 나온다.
광법사 절에 갈 때에는 왼쪽 길로 가지만
오늘은 오른편으로 가서 운심사 절이 있는 중리 마을 앞을 지나간다.
산 쪽으로 떨어져 있는 외딴집을 지나
조금 더 가면 상여집이 나온다.
그 옆을 지나노라면 조금은 무서운 마음도 들고 괜히 신경이 쓰인다.
‘울 아버지 메고 갔던 생여도 저거여…’
내 나이 7살 때
한글을 가르쳐 주시던 아버지께서 병으로 고생하시다가 돌아가시던 때를 생각한다.
그 날 밤 아버지 곁에 앉아서 부채질만 하시던 어머님께
“나는 내일 아침까지 죽음을 연기했소” 말씀 하시더니
다음날 아침 10시경에
멀리 정읍에서 오신 두 아우님들과 볼을 비벼대시며
눈을 감으시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보았었다.
작년 여름엔
17살이나 위인 형님이 장사하면서 가정을 돌보던 중
6.25 전쟁 중에 방위군으로 갔다가 얻은 병으로
끝내 숨지고 말았다.
“일성아, 엄니 말씀 잘 듣고 공부 잘해라.”
역시 임종 시에 마지막 들은 말이다.
어머니의 절망과 슬픔은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가 있었을까?
슬픔을 못 이겨 우시는 어머님께
“그려도 저 아들이 있쟎여.”
나를 가리키며 위로하는 사람이 있을 때엔
“아이고.저 것이 언지 커서 사람 노릇 한다고…”
하시던 어머님이었다.
“너 혼자 정말 댕겨올 수 있냐?”
장사 나가려던 어머니의 물음에
“응, 알어.”
굳게 마음 먹고 나선 것이다.
어머니와 누나 따라 몇 해 다녔기 때문에 가는 길이야 잘 알 것 같았다.
어머니는 형이 살아 있을 때는
아버지 산소에 가는 일이 어렵지 않았지만
지금은 형까지 묻혀있는 그 곳에는 전혀 가고 싶지 않다고 하셨다.
상여 집을 지나서
오른 쪽으로 난 좁은 산길을 따라 올라가다가
고개가 보이면 돌 한 개를 집어 들어다 고개 위의 돌무더기에 던졌다.
‘엄니가 알켜 준대로 혔응게 산 실령도 나를 도와 주것지.’
의무를 다한 가벼운 마음으로 잠간 돌에 앉아 쉬었다.
고개를 넘어가면
사람은 물론 집 한 채 보이지 않는 길을 조금 더 지나가게 되고
맞은 편의 산이 온통 묘지들로 꽉 찬 초산 공동묘지가 보인다.
‘저기쯤 이지.’
미리 위치를 가늠하고 오른 쪽 높은 곳으로 올라갔다.
아버지 산소 앞에는
작은 돌이 있고 한기 건너 뒤 편에는 깨어진 벽돌이 있으며
또 다른 옆에는 소주 병을 거구로 꽂아 놓은 곳도 있다.
아버지 묘 아래로 나란히 있는 다른 묘 바로 밑에 형님 묘도 있다.
웬 풀이 그렇게도 많은지.
내가 땀을 흘리면서 한 동안 벌초를 했는데도 엉성하게 보였다.
아버지 묘 앞에 서서 절을 하고
아래로 내려가 형님 묘 앞에서도 절을 했다.
아버지 그리고 형까지 왜 이렇게 일찍 돌아가셨을까?
이렇게 어린 내가 해마다 찾아와서 벌초를 하고
마음으로 울어드리고 가야 하겠지?
어머니께서도 그래야 되는 것이라고 말씀해 주시지 않던가?
오른 쪽 가에 있는 작은 나무 그늘로 가서
가져온 고구마도 먹으면서 쉰다.
저 멀리 남쪽으로는 대야 들판이 넓게 펼쳐보이고
그 끝 부분에는 만경강이 황해 바다로 뻗쳐 나가는 모습이다.
“저렇게 툭 틴 들과 바다까지 뵈는 이 자리가 명당이여.”
아버지 장례 때 오신 어떤 어른의 말씀이
저 곳을 바라볼 때마다 생각이 났다.
뒤를 돌아보고 또 돌아보면서 산을 내려온다.
(얼마 전에 돌아가신 윗집 풍년이 어메도 저기 어디쯤 이라는디.)
집으로 돌아 올 때는 갈 때와 다른 마을 길로 돌아 내려왔다.
콩 고구마 메밀 수수 등이 심겨진 밭과
작은 논배미 안의 벼 이삭을 보면서
안정리 동네를 거쳐 물흘령 고개를 넘어왔다.
우리학교 대야초등학교가 저 앞에 보였다.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