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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방학이 끝나고
개학 한지 얼마 되지 않은 날 5학년 2반 교실에 3반 어린이들이 함께 들어갔다.
이 희열 3반 담임 선생님께서 오시지 않아서 2반과 3반이 한 교실에 모였는데
백 명이 넘는 아이들이 둘이 앉는 자리에 3명씩 앉아도 의자가 모자라서
3반에서 의자를 들고 오기도 했다.
4학년 때 담임하셨던 두 용균 선생님께서 지금은 2반 담임 선생님이셨다.
비좁고 어둡게 느껴지는 교실에서 무슨 과목을 가르치시려나 생각 했는데
선생님께서는 보충 수업 시간이라 하시면서
"너희들 중 아무나 어떤 질문이라도 해 보아라."하시며
과목에 상관 없이 자유로운 질문에 답해 주시겠다고 하셨다.
나는 귀가 번쩍 뜨이는 것 같았다.
작년에 형님이 세상을 뜨고나서부터 점점 생겨진 의문이 있었다.
외로운 밤에 사람이 그리울 때마다 더욱 깊이 생각하던 질문이다.
누군가에게 묻고 알아야겠는데 알 수가 없는 질문이 있었다.
바로 오늘같은 날이 그 대답을 들을 수 있는 날이다.
우리들을 가르치시는 선생님은 모든 것을 다 알고 계실 것이며
더구나 오늘은 아무런 질문이라도 하라고 하시지 않는가?
나는 "선생님!" 하며 손을 번쩍 들었다.
"음, 그래 말 해봐라"
" 선생님, 이 세상에 신이 있나요?"
"뭐?"
"신이 있나요? 있다면 왜 있는지 없다면 왜 없다는건지 이유까지 말씀해 주셔요.."
선생님은 뭔가 좀 생각하시는 것 같았다.
작년 4학년 때에도 자연 공부 시간에 내가 드린 질문에 놀라셨다고 하시던 선생님이셨다.
물은 언제나 수평을 이룬다고 가르치시던 선생님께
"지구가 둥글기 때문에 바닷물은 수평일 수 없어요."하고 반론을 드린 질문이었었다.
조금 후에 선생님께서는 대답해 주셨다.
"그러한 문제들을 놓고 학문을 깊이 연구하는 학자들이 많은데
어떤 학자는 신이 있다고 말하고 또 다른 어떤 학자는 신이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서로 생각이나 주장하는 것이 달라서 어느 쪽도 확실한 증거를 내놓지는 못한다.."
"예...?"
'아! 그렇구나, 세상에는 아직도 답이 없는 문제도 있구나...'
내가 드린 질문에는 모든 것에 잘 대답해 주실 것이라는 선생님께서도
대답해 주실 수 없는 문제가 있다는 것을 새로 알 게 되면서 마음이 답답해지고
더 깊은 생각에 빠지면서, 그러나 나는 반드시 이 문제를 풀어야만 하고
그 후에야 세상을 바르게 살아갈 것으로 생각 되었다.
그 후 6학년이 되고 여름이 올 무렵 3반 김 후경 선생님께
똑같은 질문을 드렸다.
천주교회에 나가시는 선생님께서는 저녘 시간에 대야 철길 넘어에 있는 교회에 데리고 가시더니
성가 연습하시는 모습까지 보게 하신 후 삼거리 쪽으로 걸으시며 말씀해 주셨다.
"일성아, 신은 있고 사람의 영혼도 있는 것이다."
그 후 내가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도
그 문제의 확답을 얻을 수 없었다.
김 선생님께서 주신 답변이 늘 마음속에 남겨 있었지만 어떠한 증거는 듣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만자산에 지경교회가 있었지만 꼭 가야겠다는 생각은 없었고(친구 김명준이 따라서 한차례 가봄)
다만 절이나 신내림을 받았다는 무당 굿이나 귀신이 있다는 곳에는 관심있게 지켜보았다.
나에게는 사람 이상의 지혜를 가진 신이 있다면 어떤 종류일지라도 그 존재를 꼭 확인하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뭉게구름 피어나는 저멀리 파랗게 보이는 저 산 너머에는
이러한 지식을 말해줄 수 있는 누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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