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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생님께[편지글2]-감나무 심던날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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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생님! 안녕하세요?
지난번에 보내드린 편지는
이 땅 위에 가난하고 어려운 환경에서 태어나 외롭게 자라던
한 나그네 소년이 세상을 향하여 바라보는 처음부터의 생각에
도대체 이 세상은 왜 이렇게 만들어졌으며
사람이 살고 죽는 문제와 사람의 생명이 한시적으로 살다가
결국은 모두가 죽음으로 가야하는 신의 뜻이 어디에 있는가를 두고 고심하면서
지난날들의 이야기를 보내드리면서
나그네의 어린 시절과
마침내 창조주 하나님과 그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통하여
긍휼히 보시는 주님 은혜로 구원의 빛 가운데로 인도함을 받고
교회 생활을 하던 복 된 이야기 였었습니다.
그러다가 점점 많은 교회들의 괴리 행태나 잘 못 보여지는 현실 문제를 보면서는
과연 이 땅 위에 있는 가견교회(可見敎會)들은 주님께서 세워주시고 인정하시는
참 교회가 존재하는 것일까 하는 새로운 의문까지 갖게 되면서
주님께 기도를 드리며 내가 나가야할 새로운 교회를 찾아 나섰었습니다.
여기서 참으로 주의해야 할 것은
나는 하나님과 교회에 대하여 얼마나 바로 알고 있으며
내 생각이 얼마든지 잘 못된 편견이나 무지가 있을 수 있음을 알 수 있는 것이므로
그 만큼 신중하면서도
오직 하나님께서 주시는 것으로만 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강변교회!
저녁이면 너무도 흔하게 볼 수 있는 네온사인 불빛의 십자가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당산역 남 쪽 편에서 양평동 방향으로 돌면서 유심히 찾아보면
다옥섬유라는 작은 간판이 보이고
주일에는 대문이 닫혀있어서 작은 쪽문을 열고 들어가는 곳이었습니다.
화장실 위쪽으로 있는 2층 희미한 조명아래에서
강변교인들은 주일저녁 찬양 예배를 드리고 있었습니다.
찬송 기도 말씀전달과 같은 예배 모범 순서도 다르지만
처음부터 조용히 드려지는 예배는 그 순서마다
이제까지 여러 교회를 찾아다니던 예배 분위기와는 많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조금은 길고 어렵게 생각 되는 목사님의 기도와
조용한 말씀은 그래도 새로우면서도 진지함이 느껴졌었습니다.
저녁 예배를 마치면 교인들이 우루루 몰려나올 법한데도
아무도 나오지 않고 그대로 앉아서 무슨 이야기인지를 서로 주고받는 모습이었습니다.
목례 외에 다시는 눈길도 안주는 교인들과는 그대로 대화를 할 수도 없는 분위기여서
먼저 나오다 보니 몇 몇 분이 뒤에 나오셨습니다.
“ 교인들이 왜 안 나오는데 무슨 다른 순서라도 있습니까?”
옆에 가시던 어떤 여 성도(한예희)에게 물었더니
“글쎄요 한 주 동안 서로 못 만났다가 만나서 할 이야기 들이 많나보네요..”
대답해 주시더군요.
그 주간 수요일 저녁 시간에도 교회로 갔습니다.
역시 처음과 다르지 않은 예배 분위기로 예배를 드릴 때
다르게 보인 것은 유인물을 통한 설교 문을 읽으면서 말씀을 듣는 것이었습니다.
그날은 김홍전 목사님께서 전해주시는 창세기 3장 본문 말씀으로 죄에 대한 말씀이었습니다.
‘아니, 죄에 대하여 90시간 이상을 말씀해 주셨다는 것인가?’
보통 제목 설교는 길어야 몇 시간 분량인줄 알았는데
죄에 대하여 이렇게 많은 내용의 말씀으로 가르치는 것에 놀랐습니다.
(그 이후에 보면 더 많아 100시간을 훨씬 더 넘겨진 강설 문이었습니다.)
그 날 강설을 마친 후에 최목사님께서는 전 교인들에게 질문을 하셨습니다.
“오늘 이 말씀을 들으면서 우리는 우리에게도 아담과 하와처럼 시험이 올 때에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지를 말 해 보시죠” 라는 내용의 말씀으로 물으셨습니다.
그런데 모두 조용 했습니다.
왜 대답들을 안 하시는 걸까?
후에도 느낀 점이지만 강변교인들은 침묵에 익숙해 있었습니다.
겸손과 조심인 듯 생각되기도 했습니다.
말 그대로 손님으로 두 번째 찾아간 나그네는 손을 들었습니다.
질문에는 대답이 필요하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말씀해 보시지요..”
목사님의 가늘고 조용한 음성,,
그러나 시선은 힘 있게 대답을 요구하셨습니다.
“이제까지 배운 하나님의 말씀으로 양심에 따라
하라는 것은 하고 말씀이 하지 말라는 것은 하지 않으면 되겠습니다.”
지극히 평범하면서도 원론적인 단 답이었습니다.
목사님께서는 한 두 사람에게 더 물으시고 간단히 정리해 주셨습니다.
이 후에도 나그네가 본 최 목사님께서는
하나님의 말씀에는
반드시 순종하시는 모범을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는 그 날까지 보여주셨습니다.
집에 오면 아내가 물었습니다.
이번에 새로 찾아간 교회는 어떠냐고 관심을 갖고 물었습니다.
결혼 후에 단 한 번도 서로 각각 떨어져서 교회에 나간 적이 없었지만
이때의 형편은 조금 달랐었습니다.
우리 가정은 한동안 장모님을 모시고 살았는데
어머님은 나그네 어렸을 때부터 시골교회 집사님으로 다니셨고
그 때에도 교회만 알고 사시는 분이셨습니다.
우리가 다니던 교회를 나와서 새로운 곳으로 이사하게 되었을 때
어머님이 사시던 곳으로 왔었기 때문에
상도동에서는 어머님이 교회 권사님으로 출석하시면서
우리 내외를 강권하여 출석하기를 바라시는 교회가 있었습니다.
나그네도 왜 안 가봤겠습니까?
그러나 아내는 어머님과 같이 다니는 교회가 좋을지는 몰라도
나그네는 마음의 안정이 없었습니다.
독립 교단이면서 여자 담임 목사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나그네는 예배하면서 평안함이 없었습니다.
나그네는 강변교회에 출석하고 한 달이 되었을
때에 최목사님께 면담을 신청했습니다.
예배 마친 후에 마주 대하신 목사님께서는
그 간의 나의 신앙생활을 먼저 들으셨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이야기들과 왜 교회를 옮겨 다녀야만 했는가 하는 말씀과
강변교회로까지 찾아오게 된 그 간의 일들을 말씀드렸습니다.
“목사님! 저 이제 강변교회에 등록하고
강변교회 교인으로 신앙생활을 하겠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제가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마치도 내가 이 교회에 등록 한다는 것이 대단한 것이어서
목사님께서도 얼른 좋다는 대답을 해주실 것으로 생각 했었습니다.
사실 거의 모든 교회들이 새로 오는 교인이 있게 되면 등록을 말하기도 전에
인사 나누면서부터 등록을 권유하기도 했었기 때문에 오히려 당연한 일로 생각했었습니다.
“그래요.. 지금 유선생님 말씀하신 것처럼
교인 한 사람이 바른 신앙으로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유지 하는 것도 어려운 시대가 됐어요..
그리고 유선생님은 지금까지 신앙생활을 잘 해 오셨고
그 동안 다니시던 교회에서 주일학교 교사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성가대에서 봉사도 많이 하셨다고 들었는데요..
그런데, 우리 교회는 아이들을 따로 가르치는 주일학교도 없고 성가대도 없어서
이 교회에 오시면 아무 일도 못 하실터인데 그렇게 봉사하시던 일들도 중요한 일인데요..
그럼 그 아이들은 어떻게 하고 다른 봉사도 어떻게하실려고요?”
가슴을 찌르는 예상치 않은 반문이셨습니다.
목사님 말씀대로 함께 주일학교에서 봉사하던 교사들과 어린이들이
눈에 선하게 스쳐 지나는 듯 하였습니다.
아니 그 날 그 시간의 목사님 물으심을 예상이라도 하면서 나를 테스트하는 것처럼
며칠 전에는 전에 다니던 교회 K 목사님께서 을지로 사무실로 찾아오셔서
나그네가 교회에서 봉사할 수 있는 자리를 지금까지 비워두고
기다린다는 말씀을 하고 가셨었습니다.
“목사님! 저는 주일학교 교사직을 평생 맡아 봉사하는 것이 소원이기도 했었습니다.
그렇지만 그것은 제 생각일 뿐이었습니다.
제가 하나님께서 주시는 말씀으로 생명을 얻고 제 영혼이 먼저 건강하게 자라는 것은
신자로서 가장 우선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제가 말씀의 빈곤과 기갈 상태에 있으면서는
아무리 중요하게 생각되는 그 어떤 봉사를 한다 해도
그것은 저의 성취 의욕이나 기쁨이 될지는 몰라도
우선순위도 모르고 저 자신을 모르는 부끄러운 일로 생각됩니다.“
김선생님!
제가 성격상 저는 많은 사람들과의 교제를 좋아하고
또 일을 하다보면
함께 봉사하는 일들이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되고 기쁨이 충만한지 몰랐었습니다.
지금도 가끔씩 옛 교우라도 만나면 한 가족 같은 마음이며
그 당시의 일들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제(11일) 감나무를 심었습니다.
제가 사는 곳에 작은 빈터가 있어서 진작부터 감나무를 심고 싶었었는데
조금씩 미루다보니 시기가 너무 지나버린 것 같았습니다.
조금 망설이다가 삼림계나 조경에 조예가 깊은 친구에게
감나무를 심고 싶은데 시기가 너무 지나버린 것 아니냐고 물었더니
묘목은 아직 늦지 않았다고 말해 주었습니다.
얼른 종로 5가 묘목 시장으로 가서
감나무 묘목 4쪽을 사들고 일찍 퇴근하여 집으로 왔습니다.
그런데 나무를 심어본 경험이 없었고 준비된 지식이 없어서
지하철로 퇴근길에 그 친구에게 다시 물었습니다.
그래도 들어본 기억을 살리면서 어떻게 심고 걸음을 주는 것이냐고 묻어봤습니다.
“친구! 하늘과 땅 사이에 사람이 있고 식물이 있는 것이지 않은가?
그 땅(자연)은 모든 식물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라네.
구덩이를 파고 그 곳에서 나온 흙을 부드럽게 고른 후
그 흙을 도로 넣어서 그 묘목이 그 자리에서 그냥 뿌리가 내리게 하면 된다네.
거름은 감나무가 뿌리를 잘 내리면 내년에나 주면 좋을 것일세.”
아~! 이런 간단한 이치를 내가 이제야 배운단 말인가?
뿌리! 뿌리가 제 자리를 든든하게 잡아가는 것~!
심겨진 나무가 제 구실을 할 수 있는 건강한 생명체로 자라가게 하는 것!
무심코 보던 거기에도 순서가 있고 질서가 있었습니다.
얄팍한 지식으로 비료의 삼요소나 생각하면서 앞서 서두르지 말아야 할 것이었습니다.
대지는 받아들일 준비되어 있고
어린 묘목이 먼저 바르게 심겨져 뿌리 내릴 것을 위하여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몇 그램 안 되는 마른 감나무의 뿌리가
촉촉한 대지를 향하여 뿌리가 내려질 때를 생각하면서
한 생명이 진정 바르게 서 가기 위하여 무엇을 우선으로 해야 했던가를
집으로 향해 가는 전철 안에서 잠시 생각했었답니다.
처음 생각으로는 간단히 편지를 쓴다고 생각 했었지만 막상 쓰다 보니 길어집니다.
오늘은 여기서 쉬어가도록 하겠습니다.
2013.4.11 저녁에 심겨진 감나무 묘목
2013.3.30 현이네가 심은 감자 밭
토요일 오후 현이 엄마와 함께
현이 림이 온이를 데리고 남산에 다녀와서 이 편지글을 올립니다.
******* 이 음악은 찬송가
길이 살겠네 나 길이살겠네 저 생명 시냇가에 살겠네
곡을 옮겨 보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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