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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후배 기순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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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순!
초등학교 1학년 때의 모습을 가끔은 떠올려 보면서
오늘도 그가 사람으로서는 말할 수 없는 시련과 고통의 삶을 살아가면서도
모든 것을 하나님께만 의지하는 믿음 생활로
누구 못지않은 굳건하고 밝은 모습으로 우리들 곁에 있음을 고마움과 함께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대야 뒷동산에서 초등학교 1학년 기순과
1950년 대의 끝 무렵..
나그네 소년이
대야교회 주일학교 어린이들의 반 교사로 임명받고
초등학교 1학년의 여반을 맡게 되었을 때,
부부 집사님의 딸로 매우 착실하게 귀 기울여주고 따라주는 기순은
정까지 많아서 많은 사랑을 받는 어린이였다.
그러나 우리들의 취약하고 변화 있는 생활환경은
얼마 안 있어 헤어져야 했고
기순은 과수 농사를 하게 될 부모님 따라서 이사 간다하며
훗날 맛있는 복숭아를 많이 주고 싶다는 말을 인사로 남겼었다.
나그네가 15 년 전
기순이 안양에 산다는 소식을 듣고 폴신 회원과 함께
찾아가서 만나보았다.
어릴 때 보던 옛 모습을 떠올려 주는 기순은
밝고 편안하며 성숙된 여인상으로 반갑게 맞아 주었다.
식사를 다 끝내기까지 현재의 가족 구성과 옛 이야기로부터 지나온 이야기들로 시간을 보내다가
마침내 그가 지금 얼마나 어려운 현실을 살아가는가를 놀라운 슬픈 소식으로 듣게 되었다.
우리 인생살이 각각의 세월 30여년..
나름대로의 경험된 질곡의 세월이란 이런 것이었었나..?
얼마 전에 그가 건네준 한 장의 ‘간증문’으로
그 날의 슬픈 사연을 들어본다.
김 기순 <간증문>
“내 평생 살아 온 길 뒤를 돌아보니 걸음마다 자국마다 모두 다 죄 뿐입니다.”
내가 살아 온 삶을 돌이켜 생각해보니
잘 한 것보다는 잘 못 한 게 더 많고
베푼 것 보다는 받은 게 더 많고 바르게 산 것보다는 바르지 못하게 산 것이 더 많아
부끄러운 마음뿐이라서 이 글을 쓰기가 무척 망설여집니다.
더 망설여지는 것은
간증이라고 여러 사람들 앞에 내놓을 만한 일이 없어서입니다.
어려서부터 부모님께서 믿으셨으니
그저 자연스럽게 믿어 왔으며
별 어려움 없이 평범하게 소망 생활을 해왔습니다.
저는 가난한 농부의 2남 4녀 중 2녀로 태어났고
6.25전쟁 직후 어려운 시대에 자랐기 때문에
배고픔의 고통을 참아야하는 유년 소년기를 보냈으며
청소년 때에는 지금의 아이들이 흔히 말하는 사춘기도 모른 채 소녀시절을 보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목사님의 중매로 결혼을 하고
지금의 산본에 정착하게 되었습니다.
아름다운 수리 산이 병풍처럼 둘러있고
돼지, 소, 닭을 기르며 농사를 하고 살았습니다.
우리 집도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젖소를 기르는 목장 업을 하면서
아주 소박하면서도 행복을 누리며 살았습니다.
아침이면 일찍이 일어나서 소젖을 짜고 소 풀을 베어 나르고
식구들이 있는 대로 도와주어도 일손이 모자랄 정도로 보통 힘든 게 아니었습니다.
더 힘든 것은
우리 집 골목이 좁아서 우유차가 집 앞까지 들어오지 못해서
아침마다 매일 같이 우유 통을 싣고 큰 길까지 나가는 일이었습니다.
그 당시는 이 일이 힘들고 어렵게 느껴졌었는데 래도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그 때가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어떤 집사님은 지금도 옛날에 제가 하고 다녔던 모습을 이야기 하면서 서로 웃곤 합니다.
저희 국 원호 집사님은
회사를 다니면서도 집에만 오면 열심히 일만 하는 부지런하고도 착실한 가장 이었으며
교회에서도 안수집사로서 성실하게 신앙생활 하는 교인이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일입니다.
1989년 3월 2일
남편은 회사에서 퇴근하고 돌아오는 길에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사고 소식을 듣고 중앙병원 응급실에 가보니
머리에 상처가 나서 꿰매어 붕대로 싸매고 있고 얼굴에 상처만 있을 뿐 그렇게 많이 다친 것 같지 않더군요.
그 때만해도 신경마비에 대한 상식도 없었고
또 신경마비 환자들을 대한 적도 없어서 사지마비가 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습니다.
그저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 하는 마음으로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 생각 했습니다.
그런데,
사지마비로 평생을 휠체어에 의지하여 살아야 하다니...
"하나님, 한 쪽 다리만이라도 좋으니 걷게만 해주세요.
아니면 한 쪽 팔이라도 성해져서 밥이라도 혼자서 먹을 수 있게 해주세요."
라고 울며 애원하는 기도도 하면서 엄청 울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나아질 줄을 모르고 여전히 남의 손에 의해서 밥도 먹어야하고
남의 손에 의해서 돌아눕는 일까지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한강 성심병원 ,세브란스 병원, 대림 성모병원을 옮겨 다니며
몇 차례의 수술을 하고 수개월의 병원 생활을 하는 동안
아이들은 집에서 고생을 하게 되고 우리 부부는 병원에서 많은 날들을 힘겹게 보내야 했습니다.
그런 중에도
산본교회 성도님들의 베풀어주신 사랑을 생각하면서 고생도 잊을 수가 있었습니다.
우리 가족을 위해서 밤낮으로 기도해주시고
병원을 옮겨 다닐 때마다 멀다아니하시고 자주 찾아주시면서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앞을 가려 글을 쓰기가 어려울 정도 입니다.
어떻게 이 고마운 마음을 좁은 지면을 통해 다 말 할 수가 있겠습니까?
그저 하나님께 감사합니다하면서 마음속으로만 수 없이 외쳐볼 뿐입니다.
이렇게 받은 사랑을
다른 사람들에게 되돌려주며 살아야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때로는 ‘하나님, 왜 착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을 이렇게 만들어 놓으셨나요?’ 하고
원망스런 반문도해보고 혹시 우리가 무엇을 잘못해서 이러한 일을 당하지 않았나하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생각은
제가 어리석고 믿음 없는 생각이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부족하지만 저의 가정을 통하여 하나님께서는 또 다른 계획이 계시고
지금도 변함없이 이 계획을 이루어 가시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서
힘들고 어려울지라도 잠잠히 하나님의 뜻을 기다리면서 살아갑니다.
하나님께서 저의 가정과 가족들을 어떻게 들어 쓰실 지는 아무도 모르겠지만
모든 것을 하나님께 맡기며 연단되어지고 또 단련된 모습으로
하나님의 도구로 쓰여 질 것을 바라는 마음입니다.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 때문에 하나님의 일을 더 열심히는 못하지만
내 가정을 잘 돌보는 일이나
남편을 잘 살펴 도와주고
자녀들을 양육하는 일이 하나님께서 나에게 맡겨주신 사명이라 생각하고 잘 감당하려고 노력하며 살렵니다.
그래서 지금은 고생스러움이 내 힘에 겨워도
먼 훗날 오늘이 있었음을 감사할 수 있는 날이 오리라는 확신과 소망으로 살겠습니다.
때마다 일마다 평강 주시기를 원하시는 하나님께서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께 평강 주시기를 바랍니다. 샬롬!
그 해 여름
나그네는 기순과 만난지 5개월 만에 폴신이 운전하면서 밤 11시에 기순을 만나 우리들의 고향 대야로 향했다.
기순은 아직 익산에 살고 계시는 어머님과 기자 언니 집에서 잠을 자고
이튿날 아침에 만나 대야 곳곳을 돌아다녔다.
들판과 야산으로 둘러쳐진 옛 고향땅에서
어려운 시대를 함께 지내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우리들 발걸음이 닿았던 곳곳을 산 길 들 길 동네 골목길까지 돌아보았다.
대야초등학교를 거쳐 처음 전도를 받고 신앙생활을 하게 되었던 대야교회당!
옛 건물은 너무도 초라하게 삭아져버린 양철 지붕과 흙벽이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고
흙 담으로 폐가가 된 사택을 둘러보던 기순은 눈물을 흘렸다.
이렇게도 좁고 허름한 방 한간에서
한 가족 많은 식구가 어떻게 살았었던가?
일찍 세상을 떠나신 아버님과
지금도 어렵게 지내시는 어머님께서 힘들었던 그 시대의 상황을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었을까..?
1950년대의 끝 무렵,
우리나라 경제 현실은 오늘의 우리들 감각으로는 도무지 상상할 수 없는 상황으로
우리들 자손은 물론 그 때를 겪은 우리들 자신조차도 정말 그랬었던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제 와서 옛 이야기들을 나누다보면
당시대의 보편의 사람들이 겪는 어려움을 서로가 겪었으면서도
자신의 처지만을 겨우 떠올릴 뿐이었다.
고향에 내려가고 올라오는 차안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옛 동요나 가곡 가스펠송들을 함께 불렀다.
기순의 간증에서처럼
사람의 마음과 육체의 고달픔으로는
어떠한 위로나 해결책을 찾을 수 없는 오늘의 고난을 감당할 수 없었지만
생명을 귀하게 여기시는 사랑의 하나님께서 허락하시고 살펴주시는 믿음으로
자비를 구하며 미약하고 작으나마 주께서 받으실만한 작은 것을 찾아 나선다.
딸과 아들의 혼인식장에서
휠체어에 의지한 남편과 함께 부모님 석에 앉아서 인사를 받는 그가
참아 못 감추었던 눈물은 모든 것을 일순간에 압축하여 담아내는 까만 잿물이었으리라..
교회의 권사로 봉사하며
거주지의 통장 일도 보고
짬이 생기면 식당일 부업까지 하면서
분주한 그의 삶에서 연약한 우리가 오히려 삶을 배우고 힘을 얻는다.
“우리 40회는 기순이가 없으면 모임도 안 될 거예요..”
60여 명의 친구들의 모임 중에서 같은 동기 친구 후배가 하는 말을 들으면서
오늘도 티 없이 맑은 웃음으로 그가 가는 길을 인도하시는 주님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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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복재 :기순님에 간증문에 하나님에 은혜가 늘 함께 하시길 기도 합니다. 주께서 참 사랑을 많이 하시네요. [2006-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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